인쇄 기사스크랩 [제1305호]2026-02-06 10:08

인바운드 3,000만 유치, 숫자보다 <신뢰 자본> 회복이 먼저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
 
관광공사 10대 과제, 양적 팽창 넘어 질적 전환 필요
 
한국관광공사가 오는 2028년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10대 과제를 발표하며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에 대해 국내 관광산업의 현황을 분석해온 야놀자리서치는 외래관광객 유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국내 관광의 신뢰 회복'과 '지역 관광의 질적 성장'의 선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관광전문기자협회(회장 조용식)는 야놀자리서치가 최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보고서 <대한민국 인·아웃바운드 관광 불균형 해소 방안>을 분석하고,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관광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들어보았다.
 
2,000명 설문이 시사하는 ‘가치 인식의 괴리’

야놀자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국내보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새로운 경험’의 추구를 넘어선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54.1%가 국내 여행의 가치를 해외여행 대비 ‘50% 미만’으로 평가했다.

이는 소비자가 지불한 비용 대비 서비스와 경험의 질이 낮다고 느끼는 ‘가치 인식의 괴리’가 심각함을 시사한다. 국내 여행 기피 요인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경험의 부족(42%) ▲고물가 및 바가지 요금에 대한 불신(38%) ▲천편일률적인 지역 콘텐츠(15%) 등이 꼽혔다.
 
 
3,000만 시대, ‘서울 쏠림’ 막을 지방 직통 파이프 필요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신임 사장은 지난 2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3,000만 관광 시대를 앞당기는 3대 엔진’과 10대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장수청 원장은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라는 전체적인 방향성과 내용에는 공감하면서도, 양적 팽창 위주의 정책이 자칫 서울의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과 지역 관광 소멸 위기를 동시에 심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장 원장은 “단순히 전체 입국자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외국인이 지방 공항을 통해 지역으로 바로 유입되는 ‘직통 파이프’를 뚫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방 공항 활성화와 지역 체류형 관광을 핵심성과지표(KPI)로 삼아 서울이라는 심장에만 피가 쏠리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서울의 오버투어리즘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역 관광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관광 부흥, 행정이 아닌 ‘경영 혁신’의 결과

장 원장은 일본의 관광 성장 사례를 들며, 한국 관광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지역 민간 중심 모델’로의 전환을 꼽았다. 일본은 2012년부터 관광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인프라, 거버넌스, 콘텐츠의 3대 혁신을 단행했다. 특히 외국 저비용항공사(LCC)를 지방 공항에 적극 유치해 하늘길을 열고, 지역마다 고유한 ‘Only One’ 테마를 발굴해 차별화된 매력을 구축했다.
 
행정 중심에서 ‘경영 중심’으로… DMO, 자립 기반 갖춰야

관광공사가 제시한 지역 관광 활성화 방안에 대해 장 원장은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행 방식에 있어 ‘민간 주도 거버넌스’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원장은 우선 한국형 지역관광추진조직(DMO)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그는 “현재의 DMO가 지자체의 예산을 받아 집행하는 ‘행정의 하부 조직’에 머물러 있는 점이 아쉽다”며, “일본의 성공 사례처럼 자체 수익 사업을 통해 재정적 자립을 이루고, 그 수익을 다시 지역 브랜딩에 재투자하는 ‘경영 마인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관(官)은 ‘지원 사령관’, 민(民)은 ‘경영 주체’로… 거버넌스 혁신 필요

장수청 원장은 지역 관광의 체질 개선을 위해 공공과 민간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관(官)이 앞에서 모든 것을 지휘하는 ‘야전 사령관’ 역할 대신, 민간이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지원 사령관’ 역할에 충실해야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즉, 민간 스타트업이나 기획자가 유휴 공간을 힙(Hip)하게 재해석하고 젊은 층을 사로잡을 킬러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관은 과감한 규제 완화와 인프라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장 원장은 가칭 ‘지역관광진흥 특별법’ 제정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을 강조하며, “지역관광추진조직(DMO)이 단순한 예산 집행 기구인 ‘행정’ 조직을 넘어, 자체 수익을 창출하고 지역 브랜딩을 주도하는 ‘경영’ 조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증 마크’ 대신 ‘시장 평가’로… 데이터가 품질 보증해야

장 원장은 일본 관광 정책의 성공 요인으로 소비자가 믿고 갈 수 있는 ‘균질한 서비스 품질’을 꼽으며, 한국의 품질 관리 방식도 데이터 중심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존의 일회성 ‘인증 마크’ 부착 방식만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시장 기반의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구축을 제시했다. 장 원장은 “실제 소비자의 리뷰와 평점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이것이 시장의 평가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데이터로 검증된 우수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시장 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하는 투명한 정보 공개야말로 관광지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확실한 기제”라고 강조했다.
 
14조 적자는 오히려 ‘가능성’의 시그널… 데이터 결합한 ‘초개인화’가 해법

마지막으로 장 원장은 14조 원에 달하는 여행수지 적자를 위기가 아닌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그는 “적자 규모는 우리 국민이 더 나은 경험을 위해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는 방증”이라며, 이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한 해법으로 ‘데이터 융합’을 꼽았다.

장 원장은 “공공이 보유한 거시적 데이터와 민간 플랫폼의 미시적 행동 데이터를 결합해 여행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경험을 제안하는 ‘초개인화 서비스’가 구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국인이 만족하는 관광 환경이 조성되면 인바운드 성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물이 될 것”이라며 데이터 기반의 내실 다지기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