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37호]2007-11-23 13:36

지금 이 순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해
뉴칼레도니아(New Caledonia)

This moment is more precious than your think
지금 이 순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해


지나친 피로와 밀린 업무가 일순간에 모든 사고(思考)를 정지시키는 순간이 있다. 텁텁하고 찐득한 기분이 좀처럼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아무리 반복해서 일을 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아 불가피하게 컴퓨터의 모니터를 꺼버린다. 피곤에 지친 몸과 마음이 더 이상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포기할 즈음 ‘여행’이라는 묘약이 손을 내민다. ‘덥썩’, 희미했던 손을 움켜 쥐고 나면 여행은 구체적인 현실이 되고 큰 세상이 되고 종전에는 다시 뿌연 꿈이 된다.


▲하늘에서 보내는 10시간

그토록 원했던 여행이건만 친숙하긴커녕 오히려 생소하기까지 한 뉴칼레도니아를 만나는 일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인천공항에서 2시간 남짓 일본 도쿄를 거쳐 다시 8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꼼짝없이 비행기 안에서 보내야만 이 대단한 나라의 초입에 다다를 수 있다. 비행기 안을 채우고 있는 대부분의 승객은 프랑스 인이고 드문드문 일본관광객이 보일뿐 아시아인은 오로지 한국인 9명이 전부다. 기내 안에서 불어와 영어가 소음처럼 엉켜 들리던 말소리는 뉴칼레도니아 현지에서도 꾸준히 반복된다.

오전 8시즈음 누메아 똥뚜타(Tontouta) 국제공항에 도착하면, 우선 그리 크지 않은 공항의 규모에 놀라고 공기부터 색다른 청정함에 편안해진다. 누메아는 뉴칼레도니아의 정치와 문화가 집합된 수도이며, 똥뚜타 국제공항에서는 여행객들을 위한 환전소가 출국장 옆에 마련돼 있다. 흔한 코카콜라 하나를 마셔도 우리 돈 3천5백원에 이르는 만큼 물가는 비싸다.

우리나라에서 직접 환전을 하는 것보다 유로나 달러로 바꾼 뒤 다시 현지에서 퍼시픽프랑으로 바꾸는 것이 가격 면에서 유용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오전 7시 출근, 오후 3시 퇴근의 사람들

뽀르 모젤 항구에서 요트를 타고 아메데 등대섬으로 향한다. 11월이 여행의 적기라는 가이드북의 친절한 안내처럼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시리고 맑다. 깨끗하고 투명한 바다, 넓고 푸른 하늘이라는 상투적 표현이 얄밉게도 잘 들어 맞는다. 속도를 내며 앞으로만 달리는 요트와 바다가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하얀 파도를 1시간 쯤 바라보다 지루해지면 하얀 등대와 섬이 카메라 렌즈안으로 들어 온다. 아메데 등대섬에서는 바비큐 점심과 해변에서의 스노클링, 유리 바닥으로 된 보트 탑승, 코코넛 나무 오르기 같은 한 나절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물이 깨끗하고 따뜻한 만큼 물속에 다양한 고기와 해조류가 보이는 것은 동남아의 다른 섬들과 감히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신기한 것은 주변 상점들이 오후 4시 정도면 모두 문을 닫는 다는 것. 알고 보니 해가 일찍 뜨는 뉴칼레도니아 사람들은 오전 7시에 출근, 오후 3시면 퇴근을 한다고 한다.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에서 사는 사람들의 습관이 여행객들의 일정마저 축소시킨다는 생각에 의아해진다.


▲자연을 찬양하라 ‘일데팡’

지나친 개발과 훼손을 꺼려하는 뉴칼레도니아는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요란치 않은 순수한 자연을 내세운다. 대부분의 휴양지가 뛰어난 경관과 세련된 리조트를 자랑하지만 사실 영어가 통용되고 팩스와 컴퓨터가 마련된 로비에서 간간히 자신의 메일을 확인해야 하는 여행은 지루하다.(뉴칼레도니아의 호텔과 리조트들이 비즈니스 센터를 구비하지 못했다는 말은 아니다) 마젱따 국내선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25분쯤 이동하면 날씨가 좋지 못할 때는 진입조차 불가능한 소나무 섬 ‘일데팡’에 다다른다. 운 좋게도 이곳에 도착한 직후 일데팡이 왜 남태평양의 많은 지역 중 가장 아름답다 소문났는지 금세 알아채고 말았다.

푸른 터키색 라군과 하늘 높이 솟은 소나무들이 뛰어난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일데팡은 비단 자연을 제외하고라도 독특한 문화유산을 만나는 일이 즐거운 곳이다. 섬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엿 볼 수 있는 코치 투어와 르메르디앙 호텔 위쪽, 도보로 약 20분이 소요되는 네이쳐 풀에서 휴식을 취하던 유럽인들, 그 모든 것들이 장거리 여행에서 오는 피로감을 말끔히 떨쳐내는 것도 못내 유쾌했다. 신(神)들이 편애한 남태평양의 보석은 그렇게 시종일관 순수하고 조용하게 속삭였다. “This moment is more precious than you think!”, 지금 이 순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중해라고..
뉴칼레도니아=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에어칼린 02)3708-8560.
뉴칼레도니아남부관광청 www.visitnewcaledonia.com


[뉴칼레도니아 세부 정보]

▲위치 : 멜라네시아의 남쪽, 호주로부터 약 1천5백km, 뉴질랜드로부터 1천7백km, 타히티에서부터 5천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역사 : 호주를 발견 한 지 약 1백년 이상이 지난 후 영국 선장이었던 제임스 쿡에 의해 해안이 발견됐다. 이후 프랑스의 죄인들을 정착시키는 유배지였으며 지금도 프랑스령으로 곳곳에서 프랑스 문화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수도 : 누메아
▲기온 : 열대성 해양 기후. 따라서 습도가 높지 않은 10월, 11월이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적기이다. 연중 내내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국제공항 : 누메아에서 약 45분 떨어진 곳에 자리한 똥뚜따(Tontouta)국제공항.
▲공식언어 : 프랑스어와 30여개의 멜라네시안 언어
▲가는 법 : -인천-도쿄-누메아(매주 월,화,수,목,토,일요일)
-인천-오사카-누메아(매주, 월,목,토요일)
▲입국 서류 : 여권 및 비자. 단 한국인은 30일 동안 비자 없이 체류 가능
▲문화 : 멜라네시아인, 프랑스인, 오세아니아인, 아시아인 문화가 어울려 있어 독특한 혼합문화를 나타낸다.
▲환율단위 : 퍼시픽 프랑(FCFP/XPF)
1Euro=119,33174FCFP
▲전기 : 220V
▲인구 : 25만(멜라네시안, 유럽인, 폴리네시안, 아시아인)
▲경제 : 품질이 우수한 니켈이 주요 자원이며, 니켈의 영향을 받은 나무들로 인해 곳곳에서 붉은 흙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