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1110호]2020-07-23 11:11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공식화

이스타항공 1600명 직원 대량 실직 현실화
이스타항공 법정관리 신청 등 후속 조치 관심
제주항공, 실리 챙기면서도 인수과정 책임 비난 받아
  
제주항공이 7월23일 전자공시를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공식화했다.
 
제주항공은 23일 전자공시 ‘타 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 결정’ 정정을 통해 이스타항공의 인수에 있어 ‘진술 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 시정과 거래 종결기한 도과로 인한 주식 매매 계약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지난 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 들었다가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밀려 뜻을 접은 뒤 곧바로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국적 항공사 3위 자리를 굳히는데 나섰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소유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지난 해 12월18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3월2일 SPA를 체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국내 항공사간 기업 결합으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가진 국제선 등을 활용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국적 항공사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제3의 항공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였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전 세계가 외국인 입국 금지 또는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국제선 운항이 사실상 중단되는 등 세계 항공사들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기업 결합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스타항공은 물론이고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조차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계약서상 선결조건 이행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인수되는 결정이후 국제선 운항을 포기하면서 전면 운항 중단 상태로 제주항공에 인수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렸다. 이스타항공은 이 과정에서 체불임금이 250억 원을 넘어서는 등 총 부채가 1,700억 원이 넘어 서는 등 심각한 경영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은 셧다운과 체불임금 문제는 제주항공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등 갈등이 고조됐다.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초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인수자인 제주항공이 임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다가 자신의 일가를 둘러싼 주식 매입 자금 의혹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헌납해 체불임금 해결에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경영진의 긴급 기자회견도 결국 인수 포기라는 흐름을 돌리지 못했다.
 
국토교통부도 중재에 나서 김현미 장관이 직접 양 당사자를 불러 면담을 갖는 등 정부 차원의 수습 노력도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 국토부와 금융위원회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긴급 자금 지원을 인수가 무산되면 지원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에 사실상 양사의 기업 결합 무산은 헛물만 켠 샘이 됐다.
 
제주항공은 정부의 이 같은 지원 방침과 코로나19 종식 후 항공시장에서의 입지 구축을 위해 추진한 인수합병의 무산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주주 등의 이해 관계자들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항공시장이 안정적일 때 이스타항공의 부실을 파악하고서도 인수를 결정하고 셧다운을 사실상 요구하는 등 인수 후의 양사 결합을 염두에 둔 경영 전략까지 펼치다가 코로나19로 인수를 포기해 이스타항공 직원 1,600명과 자회사, 협력사 등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한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 공식화에 반발하면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법정관리 등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본 잠식 상태이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떤 예단도 불가능한 상태이다.
 
한편 이스타항공 노조는 이미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을 향한 반발을 보이는 등 생존 차원의 대응을 하고 있어 앞으로 1,600명의 직원들의 대량 실직에 따른 대책 마련이 가장 큰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