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1059호]2019-01-04 12:50

2019 사회 Big 트렌드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나는 2019년
 
1인이 직접 생산/판매/유통/홍보 총괄하는 시대 열렸다
  
세포마켓, 컨셉러, 나나랜드 키워드로 부각
 
 
“세포마켓, 컨셉러, 환경에 대한 관심 고취”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9년 전망서인 <트렌드 코리아 2019>에 따르면 올해는 ‘나나랜드’에 사는 ‘밀레니얼 가족(Millennial Family)’, 새로운 과거를 찾는 ‘뉴트로(New-tro)’족을 위한 ‘카멜레존’, ‘1인 1마켓’ 등이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이다. 김난도 교수는 2019년의 소비 흐름을 “원자화·세분화하는 소비자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콘셉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소비 시장에 컨셉러(컨셉+er, 컨셉을 중시하는 소비자라는 의미의 신조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직관적인 미학, 순간적인 느낌, 가볍고 헐거운 컨셉에 빠르게 반응한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기승전결 구조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콘텐츠에 열광하고 이성적인 이해보다 감성적인 공감을 선호한다.

프로슈머 2.0 형태의 공급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극도로 세분화된 세포 단위의 시장, ‘세포마켓(Cell Market)’또한 뜨거운 감자다. 토플러가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라는 의미에서 프로슈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 이들은 ‘판매 활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라는 의미에서 셀슈머(sellsumer)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셀슈머들이 판매하는 상품과 채널은 매우 기본적이면서도 무척 다양하다. 이는 생명을 이루는 기능적/구조적 기본 단위이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세포(cell)와 유사하다.

1인 또는 나에 대한 집중은 상상을 초월한다. 나나랜더에게 남의 시선, 사회의 기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나를 보는 ‘나’의 시선이 가장 중요하고, 나의 기준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믿는 이들이다. 이들은 지금 이대로의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가장 사랑한다. 이 밖에 무력감에 찌든 N포세대에게 과거에 대한 동경심은 잠시나마 힘든 현실을 회피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80년대를 겪지 않은 1020 세대가 그 시절을 동경하는 것은 장밋빛 미래가 없는 현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요즘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유명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에게 뉴트로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설렘이다.
 
 
“완벽하게 혼자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한다”
[2019 대한민국 트렌드』는 온라인리서치 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130만 명의 소비자 패널들에게 리서치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면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변화의 흐름을 읽어낸 트렌드 전망서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최근 3년 동안의 대중 소비자들의 삶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서 한 가지 뚜렷한 방향성을 발견했다. 그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덜 교류하는’ 차원을 넘어, ‘완벽하게 혼자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고 있다.

여가 활동에 대한 전망에서 가장 유심히 들여다봐야 할 데이터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태도 변화다(5.6% → 26.2%). 이 데이터 속에는 일상적인 피로감도 포함되어 있지만,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하는 능동적 외부 활동에 대한 위축의 의미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적극적인 야외 활동보다는 실내 활동이나 가까운 지역(교통이 편리한)에서의 활동이 더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에도 일부 유사한 자료가 나타난다. 일단 외출하기보다는, ‘집에서 놀기’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졌다(집에서도 충분히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82.3%, 외출하는 것이 종종 귀찮게 느껴진다: 67.0%). 만약 휴가를 가도 다양한 활동(액티비티)보다는 숙소에서 머물며 ‘`휴식`’을 갖는 사람들이 현재보다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호캉스족’의 증가다. 이 회피적 여행 동기(일과 가사에서 단순히 해방되려는 동기에서 가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소’의 안락함이다. 따라서 당분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보다는 숙소나 공간의 질이 좋은 여행 프로그램이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혼자서 수행하는 수많은 활동과 함께 눈에 띄는 부분은 비대면 서비스의 영역이다. 이것은 지금도 일상화되어가는 중이지만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왜냐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점원이 응대하는 것은 자신의 쇼핑 활동을 ‘방해’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나는 적극적이고 친절한 서비스가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진다: 66.7%, 요즘은 점원이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걸고 제품을 추천해주는 게 미덕이 아니다: 59.3%, 나는 점원(직원)이 말을 거는 곳보다 혼자 조용하게 쇼핑할 수 있는 곳이 더 좋다: 85.9%). 이렇게 되면 앞으로 무인점포나 무인판매기 등의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끝으로 회사를 운영하거나(CEO) 혹은 회사에서 상위의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사람들의 관점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본격적인 가이드라인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다. ‘자율성 확보’라는 거대한 흐름이 어떤 큰 보상으로도 대체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9년 10대 키워드
 
 
1. Play the Concept 컨셉을 연출하라
‘#한강갬성’을 아는가? 이를 보고 ‘감성’의 오자라고 생각한다면 트렌드 무지의 소치다. ‘갬성’은 오늘날 자기 연출에 푹 빠진 소비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단어다. 2019년의 첫 번째 트렌드 키워드가 그냥 ‘컨셉’이 아니라 ‘컨셉의 연출’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재미있거나 희귀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갬성’ 터지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컨셉이 될 수 있다. 이미지에 열광하고 변화무쌍함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기능이 아니라 컨셉을 소비한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컨셉이 우선인, ‘기승전­컨셉’의 시대. 마케팅은 컨셉팅으로 진화한다.
 
2. Invite to the ‘Cell Market’ 세포마켓
1인 미디어의 등장은 한마디로 미디어 판을 뒤집었다. 이번에는 유통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SNS를 기반으로 한 개별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1인 미디어에서 ‘1인 마켓’으로 발전한다. 누구나 온라인에서 가게를 열고 물건과 서비스를 팔 수 있는 시대다. 거대 플랫폼과 각종 비대면 결제 서비스의 발달은 이의 기폭제가 되면서 이른바 ‘셀슈머(sellsumer 혹은 cellsumer)’의 등장을 촉진한다. 지금 유통의 새로운 판이 짜이고 있다.
 
3. As Being Myself 그곳만이 내 세상, 나나랜드
라라랜드가 꿈꾸는 이들의 도시라면 ‘나나랜드’는 궁극의 자기애로 무장한 사람들의 땅이다. 나나랜더에게 타인의 시선은 중요치 않다. 오로지 나의 기준이 모든 것의 중심이다. 탈 규범화에 익숙한 이들은 기존 세대가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관에 반기를 든다. 넉넉한 체형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 최고의 모델로 등극하고 40대 여성이 아이돌 팬으로 ‘입덕’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곳, 바로 나나랜드다.
 
4. Going New-tro 요즘옛날, 뉴트로
사람들이 [응답하라] 시리즈에 열광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니다. 1020 세대에게 과거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움’이다. 새로운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익선동 골목길을 찾고 이미 자취를 감춘 LP판을 꺼내 들며 추억의 전자오락실 게임에 열중한다. ‘레트로’가 과거의 재현이라면 새로운 과거, ‘뉴트로’는 과거의 새로운 해석이다. 브랜드 헤리티지와 아카이빙(archiving)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5. Green Survival 필환경
당신이 4년 동안 버린 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될까? 미국의 한 환경운동가는 그것을 1리터도 안 되는 작은 병에 담았다. 이제 목표는 아예 쓰레기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할까?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가능해야 하는 것이 ‘필환경’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에 들어가는 환경 부담을 제로로 만드는 것. 이는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지구의 전 생명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즐겁고 유쾌한 ‘필환경’의 실천 현장을 찾아가본다.
 
6. You Are My Proxy Emotion. 내 감정을 부탁해
아기를 키우고, 연애를 하고, 반려견을 입양하고,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다. 바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즐거운 것만 보고 좋은 감정만 느끼려고 한다. 직접 말하는 것이 불편해 내 감정을 대신하는 이모티콘을 날린다. 대신 화내주고, 대신 욕해주고, 대신 슬퍼해주는 서비스의 등장. 이른바 ‘감정의 외주화’다.
 
7. Data Intelligence 데이터지능
오늘 뭐 입을까? 내일 데이트 어디로 갈까? 점심은 뭘로 하지? 어디 입맛에 맞는 커피 없을까? 이에 대한 답은 이제 ‘데이터’가 알려준다. 인공지능을 넘어 데이터지능의 시대로 오면서 데이터는 정보로, 정보는 지식으로, 지식은 지혜로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된다. 데이터에 의한 결정, 데시젼 포인트가 가까워오고 있다.
 
8. Rebirth of Place 공간의 재탄생, 카멜레존
은행과 카페, 호텔과 도서관, 자동차 전시장과 레스토랑, 공간의 협업이 즐거움을 준다. 주변환경에 따라 피부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공간의 화려한 변신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카멜레존’으로 이름 붙일 수 있는 명소들이 속속 생겨나는 중이다. 쇼핑몰은 물론이고 전시장과 공연장,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색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에 밀리는 오프라인에게 카멜레존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될 것이다.
 
9. Emerging ‘Millennial Family’ 밀레니얼 가족
‘3신가전’을 아는가? 밀레니얼 가족의 밥 잘 사주는 엄마에게 꼭 필요한,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 그리고 빨래건조기를 말한다. 이제 집안일은 이들에게 맡기고 엄마들은 자신을 가꾸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가족은 소중한 존재다. 가정이 중요한 것도 안다. 하지만 먼저 ‘내’가 있고 그리고 ‘가족’이 있다. 이들에게 집은 ‘적정 행복’의 장소일 뿐이다.
 
10. Manner Maketh the Consumer. 매너소비자
워라밸에 이어 근로자와 소비자 사이의 매너 균형을 도모하는 ‘워커밸(worker-customer-balance)’의 지향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신세대 직원들의 이직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