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23호]2007-08-17 09:50

[보라카이] 진정한 자유와 휴식이 시작되는 곳
“일 년 내내 만끽하는 평화로운 축제 분위기”

어디에서 왔느냐고 젊은 트라이시클(오토바이나 자전거를 개조한 교통수단으로 택시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용됨) 운전사가 묻는다.

서울에서 왔다고 하자 부러움이 묻어나는 시선으로 쳐다보며 말을 건넨다. “급속도로 발전 중인 당신네 나라가 부럽다. 우리는 아직 멀었다.” 텔레비전의 화면을 통해 그의 눈에 비쳐진 서울은 굉장한 발전 에너지와 활기로 가득차 있더라는 말이었다. 조금은 우쭐해 해도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트라이시클 속 우리가 달리고 있는 바로 이 곳, 보라카이(Boracay)는 발전이라는 단어와 상관없이도 신에게 엎드려 감사해야 할 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자연이 선물한 보라카이의 아름다움에 나는 이미 압도당해 있었으니까.

특히 세계 3대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보라카이의 화이트 비치(White Beach)는 낮과 밤이 모두 완벽했다.
낮에는 태양 아래 빛나는 연녹색 바다와 멀리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마주할 수 있다. 조금씩 채도가 다른 다양한 푸른빛들이 바다 한 자리에 모여서 언어로는 형용할 수 없는 빛깔을 조합해낸다. 밀가루처럼 고운 백사장에서 누군가는 파도를 향해 달려가 바닷물에 몸을 맡기고 어떤 사람은 비치베드에 누워 선탠을 즐긴다.

해변을 거니는 사람과 비치볼을 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도 눈에 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보라카이의 한낮을 만끽한다.

그러나 마음을 더 순식간에 사로잡는 쪽은 역시 화이트 비치의 해질녘이다. 이제 막 지기 시작하는 노을의 붉은 빛이 먼 수평선부터 이쪽까지, 머리 위를 넘어 반대편 하늘까지 단숨에 번진다. 붉디붉은 하늘과 검게 어두워져가는 바다를 보면 누구나 할 말을 잃는다. 운이 좋으면 그 하늘을 가로 지르는 박쥐 떼를 목격할 수도 있다.

근처에 박쥐동굴이 있기 때문에 오후 늦은 시간이면 같은 방향으로 떼를 지어 날아가는 박쥐들로 하늘은 장관을 이룬다. 날개를 활짝 폈을 때 1.5m에 이른다는 이 박쥐들은 마치 저물어가는 보라카이의 하루와 함께 오늘의 축제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유유히 날아간다.

동시에 해변을 따라 늘어선 레스토랑과 호프집에 불이 켜지고 감미로운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다채로운 메뉴의 식사, 다정한 사람들과의 기분 좋은 술 한 잔. 보라카이의 낮과 밤은 이렇듯 매번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는 느낌을 안겨다 준다.

사실 보라카이는 길이 7km에 너비 1km의, 필리핀에서도 유독 작은 산호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처럼 신의 특별한 선택을 받은 듯한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스노클링, 스킨스쿠버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능한 점으로 인해 허니문 목적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향후 고급 리조트 및 호텔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다.

또한 해변과 이어지는 디몰(D-mall)에는 기념품 가게, 헤어숍, 마사지숍 등 다양한 상점들로 쇼핑몰이 형성돼 있으며 즐비하게 늘어선 나이트클럽과 바(bar), 노천카페들은 활기찬 나이트라이프까지 가능하게 해 단지 허니무너 뿐 아니라 젊은 층의 개별여행자들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이다.

서남영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그랜드 비스타 풀빌라 리조트
www.egrandvista.com 63-(0)36-288-5818.
세부 퍼시픽 항공 02)3708-8563.
T.M.J(티엠제이) 02)3432-7417~8.


[보라카이 정보]
▲ 필리핀 중부 파나이섬 북서부에 위치.
▲ 주요 언어 : 공식 언어는 따갈로그어. 영어도 함께 사용.
▲ 시차 : 한국보다 1시간 늦다.
▲ 환율 : 공식 통화단위는 페소(peso). 달러를 사용할 수도 있으나 상점마다 다를 수 있으니 물건 구입이나 지불 전에 달러 사용 여부를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다.
▲ 보라카이까지 가는 방법
인천-마닐라 간에는 세부퍼시픽,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필리핀항공 등이 운항되고 있으며 마닐라에서 경비행기를 이용, 까띠끌란 공항으로 이동한 후 선착장에서 방카를 타고 보라카이 섬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