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1024호]2018-04-06 08:18

남북 관계 훈풍에 주목 받는 외국인 안보관광


 
시크릿 플레이스! ‘도심형 안보관광 새롭게 각광
 
 
남북 간 훈풍(薰風)이 국내 ‘안보관광’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4월 말 판문점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있을 예정이고, 이에 앞서 남북고위급회담도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의 안보관광이 다시금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코스모진에는 안보관광 문의가 지난 2월 1일부터 3월 25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190% 이상 증가하는 등 본격적인 봄 기운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더욱이, 기존 DMZ이나 JSA, NLL에서 더 나아가 숨겨져 있던 ‘시크릿 플레이스’들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안보관광 수요를 보다 높이고 있다. 최근 외국인관광객들 사이에 인기 관광지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안보관광 업계의 뉴 페이스’를 코스모진여행사가 소개한다.
 
40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여의도 지하벙커’
지난해 10월 서울 시민들에게 개방되며 이슈를 낳았던 ‘여의도 지하벙커’. 이 곳은 지난 2005년 당시 여의도 버스환승센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관련 기록은 남아있지 않으나 위성 사진을 대조해 보았을 때 지난 1976년 말에서 1977년 초에 건설된 것으로 확인된다.

여의도 지하벙커는 위치가 국군의 날 행사 시 대통령 사열대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박정희 대통령을 포함한 요인들의 대피용 방공호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총 년수로는 40여년에 불과하나 한국만이 가진 격동의 세월을 반증하며, 휴전 상태로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살아온 남북 대치의 긴박함을 표상하는 곳으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여의도 지하 벙커는 서울시립미술관(SeMA)이 시설 운영을 맡으며 이름도 ‘SeMA 벙커’로 새로 탄생했다. 지하 벙커의 옛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미술관’의 역할을 함께 하도록 재 단장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더욱 끌고 있기도 하다. 이 곳에서는 현재 3.1 운동 99주기를 기념한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 기획전도 만나볼 수 있다. 해당 기획전은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한미 연합군이 서울 수복 추진력을 얻은 ‘연희 104고지’

연세대학교 근처에 있는 연희산은 높이 약 100m의 야트막한 언덕이다. 지금은 주변에 수많은 건물들이 들어섰지만, 한국전쟁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는 개활지였다. 바로 이곳에서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수복을 잇는 중요한 전투가 벌어졌다.

한미 연합군이 인천에 무사히 상륙한 후, 북한군은 서울 사수의 최후 방어선으로 연희산 104고지 일대를 요새화해 방어했다. 이에 한미 해병대가 공격을 감행, 3주간의 밤낮없는 혈전 끝에 104고지를 탈환하고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했다. 결과적으로 연희고지 전투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수도 탈환으로 이어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세월이 흐르며 도로가 정비되고 없던 건물이 생겨나며 지난 1950년 당대의 연희고지와 지금의 연희산의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던 격전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의 전쟁역사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문의가 늘고있는 추세다. 이 곳에서는 작전 중 전사한 해병대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한 104고지 전적비를 만나볼 수 있다.
 
41년 간 군사통제구역으로 묶였다 봉인해제 된 간첩 침투로 ‘김신조 루트’
새롭게 조망 받고 있는 도심 안보관광지로 김신조 루트도 있다. 김신조 루트는 간첩 사건이 연루된 지역이다.
지난 1968년 1월 21일, 북한 민족보위성 정찰국 124부대원 31명이 한국 군복을 입고 무장한채 서울에 침투한 사건이 있었다. 청와대에서 1km 떨어진 초소까지 도달한 그들은, 최규식 경무관에게 발각됐다. 청와대로 침투하는데 실패한 그들은 곧바로 흩어져 북한으로 도주를 시작했으나, 결과적으로 2명만이 도주에 성공하고 28명은 사살, 1명만이 생포되었다. 당시 살아남은 자의 이름을 따 이 사태를 ‘김신조 사건’으로 일컫기도 한다.

당시 124부대원들이 이용한 북악산의 침투로는 41년간 군사통제구역에 묶여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그간 봉인됐던 이 ‘김신조 루트’가 북악스카이웨이의 2산책로로 민간에 개방됐다. 이곳은 오랜 기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고 또한 아직까지도 대중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서울 속 DMZ이라 불릴 정도로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때문에 방문객들은 실제 김신조 및 124부대원들이 남침 시 이용한 침투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외국인 안보관광 시장을 대표하는 코스모진여행사 정명진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다크 투어리즘’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크 투어리즘은 전쟁이나 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자연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일컫는 말이다. 정명진 대표는 “서울은 빠르게 발전한만큼 불과 몇 십년밖에 되지 않은 참상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며, “구석구석 숨어있는 안보 관광지를 활성화한다면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효과뿐만 아니라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