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74호]2017-02-27 08:54

[칼럼] 공윤주 동양미래대학교 관광컨벤션과 교수
 
 
그래도 넌 교수니까 괜찮겠다?

삶의 지혜 가르치고 비전 제시하는 ‘교수답다’ 원해
 
 
세상사는 것이 녹록치 않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가면 너도나도 팍팍한 사회생활에 자조 섞인 넋두리를 쏟아내다가 ‘그래도 넌 교수니까 괜찮겠다’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사회에서 기대하는 도덕성, 위신,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소신을 대표하는 ‘교수답다’와 대학에서 요구하는 실적평가가 우수한 세일즈맨으로서의 ‘교수답다’는 많은 간극이 있으며 정의 또한 변질돼 가는 추세다.

매 학기 학생들의 평가에 눈치를 봐야하는 강의, 교수의 3대 업적평가<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재학생 유지율 향상>를 위한 구체적 방안 제시 등 방학은 물론 1년 내내 학교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현 교수 사회의 모습이다.
3대 업적평가란 무엇인가? 먼저 신입생 충원율이다. ‘학생은 고객이다. 학생 없이 어떻게 대학이 있고, 교수가 존재하느냐’라는 시장원리를 내세워 기업화되고 있는 대학의 존재가치는 결국 신입생 유치라는 필수 과제로 이어진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과 그에 따른 성장률 감소는 대학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약 56만 명에 달했던 학령인구가 2020년에는 40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욱이 2017년은 치열한 입시 경쟁으로 대규모 정원미달 사태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진다’는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는 셈이다.

두 번째는 취업률이다. ‘취업 잘 시키는 대학’, ‘취업중심대학’, ‘OO지역 취업률 1위’ 등 대학은 직업교육을 내세워 취업 잘 시키는 학원으로 변해가고 있다. 매년 12월 31일 기준 건강보험 가입 여부로 취업률이 적용되는데 교수들은 취업률 향상을 위해 졸업생들과 끊임없이 연락을 하면서 퇴사를 유보하거나 미루어 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하고 있다. 실제로 어떤 대학은 보험회사처럼 실시간으로 각 학과마다 그래프로 수치화해 취업률이 저조한 학과를 압박한다고 한다.

그 밖에도 기업체가 요구하는 실무교육, 직업교육과 취업 향상을 위한 산학협력 유치, 대학과 지역 사회에 발전에 기여하는 봉사 활동, 중도 탈락 방지를 위한 학생지도, 학문의 영역을 넓히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 교육부 사업 유치를 위한 방대한 보고서 작성 등 교수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고 있으며 이것이 대학이 원하는 교수상(像) 즉 ‘교수답다’이다.

필자는 이러한 어려움과 변해가는 시대상에서 오히려 대학의 존재 가치는 무엇이며,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그리고 교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지식을 전달하기 보다는 더 큰 삶의 지혜를 기르고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이 시대가 절실하게 요구하는 정말 ‘교수답다’가 아닐까?
 

 
who?
여행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고 확신하는 관광교육자이다. 영업, OP, 마케팅, 인솔 등 여행사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바른 인재 육성과 학생들의 현실적인 취업을 위해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교육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고민하고 있다.
(http://tour71.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