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74호]2017-02-27 08:51

[B컷 포토 에세이] “길 위의 고양이에게 배우기”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여행이나 출장을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눈과 귀, 발이 바빠진다. 하나라도 더 보고, 듣고, 맛보고, 경험하고 싶은 욕심 때문 일거다. 하지만 욕심을 그득 채운 후에 남는 것은 기억 없는 사진 따위와 집으로 가고 싶다는 강렬한 회귀본능뿐이다.

그런 여행과 그런 출장만을 반복하던 어느 날, 나는 고양이를 만났다. 여태 길 위의 고양이는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참 이상했다. 푹푹 찌는 여름의 타이완이었고 나는 중국인들의 아침 식사를 취재하겠답시고 아침 7시부터 1시간째 식당 줄에 서 있는 중이었다. 그 때 고양이 한 마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내가 서있는 줄 건너편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 뒤 안장에 작고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여전히 아침잠에서 깨지 못한 채로 한 여름의 찌는 더위 속에 나른해했던 내 눈에 비친 고양이는 참 편안하고 안락해 보였다. 그 이후로 나는 틈틈이 거리 위의 고양이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언제부턴가는 내가 욕심을 채우려고 아등바등 거릴 때면, 어디선가 고양이가 탁! 나타나 몸짓으로 몇 가지 단어를 남기곤 자리를 뜬다. 인생무상, 무소유, 공수래공수거라고!

<2015년 타이완 타이베이, DMC-GM1>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