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71호]2017-02-03 14:19

[Best Traveler(230)] 김지호 자리(ZARI) 서비스 대표/CEO
 
 
“우리는 숙박산업의 바른 내일을 제시합니다”
 
 
예약, 매출, 정산 등 종합적인 예약관리플랫폼 제공
서울 및 부산 제주 등 300여 개 업체와 파트너십 체결
인기 게스트하우스 찾아다니며 발품 팔아 서비스 알려
 
 
개인의 경험과 필요 그리고 고민으로부터 출발한 비즈니스 모델은 잘 짜인 시스템과 만날 때 상대적으로 빨리 시너지를 내는 편이다. 자리<ZARI>의 출발은 철저히 한 청년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한다. 제주도 소재 게스트하우스에서 직접 매니저로 일하며 손님을 만나고 일을 배우다가 더블 예약이나 공실률 문제로 힘들어 하는 몇몇 대표들의 사례를 보고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던 그는 곧바로 주변 친구들을 동지로 끌어들여 뚝심 있게 개발을 추진한다.

사업 초기 서비스를 알리고 싶어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는 ‘멘땅에 헤딩’시절을 거쳐 이제는 중견 숙박업체와 게스트하우스, 일부 호텔들 사이에서 먼저 만나고 싶어 연락을 취하는 예약관리플랫폼으로 조금씩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 김지호 대표는 회사 단체복을 그대로 착용한 채 밖으로 나왔다.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자리의 사업 모델과 지금까지의 성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옷차림 그대로 편하게 설명했다. 후드 스타일의 단체복에는 “우리는 숙박산업의 바른 내일을 제시합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게재돼 있었다. 아마 자리의 고민은 이제 막 시작인 듯 하다.
취재협조 및 문의=자리(http://zari.me)/글·사진 =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객실 예약 채널이나 가격 비교를 위시로 한 플랫폼 그리고 판매 채널 등은 많지만 운영 관리를 메인으로 내세운 기업은 많지 않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게 됐는지 궁금하다.

▲운 좋게도 휴학생 시절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매니저로 일한 경험이 징검다리 작용을 했다. 여행을 정말 좋아했는데 제주도 여행도 하고 일도 할 수 있으면 일석이조라는 생각아래 매니저로 일 하라는 사장님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머물었던 게스트하우스는 일종의 프렌차이즈 성격이었는데 대표님이 여러 가지 관리와 예약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인연이었는지 이후 프렌차이즈 탈퇴와 브랜드 명 변경, 리뉴얼 등에 모두 관여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사실 주변 업체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객 예약을 비롯해 채널 관리, 매출 계산, 수익 관리 등 내부적인 운영에 있어 피곤함을 느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에 지친 대표들은 손님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이는 다시 모객 부진과 매출 저하로 이어졌다.

그들에게 조금 더 나은 서비스와 시스템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쉽게 말하면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대표들은 자다가도 전화가 울리면 그대로 일어나서 전화를 받고 예약 관리를 해야 한다. (웃음)

아이템을 구상하고 가이드라인을 잡은 다음에는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서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친구들을 섭외해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다. 참고로 초기 3명이던 사업 멤버는 현재 18명까지 늘어났다.
 


-‘ZARI’의 사업모델을 정확하게 소개한다면. 더불어 왜 이름을 자리라고 지었나.

▲자리는 실시간 숙박업소 예약관리플랫폼으로 설명할 수 있다. 종이장부나 엑셀로 직접 정리하고 일일이 계산해야 하는 관리에 대한 부담감이 완전히 사라진다. 스마트하고 간편한 예약관리, 매출과 숙소운영지표, 간편한 결제 승인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우리는 일방적인 솔루션 보다는 서로 소통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종합적인 서비스 업체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자리를 이용하면 예약관리장부에 예약을 입력해 저장이 가능하고 객실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관리가 배로 쉬워진다. 업체의 매출 변동 흐름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으며 카드단말기도 복잡한 인증절차도 필요하지 않다. 편리하게 실시간으로 결제승인을 받아 예약 전환율을 높이고 노쇼(No-show) 또한 방지할 수 있다. 특히 객실가동률, 취소율, 남녀성비 등 숙소운영의 힌트가 될 만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함으로써 학술적으로 활용하거나 장기적인 플랜도 계획할 수 있다.

그전까지만 해도 지방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및 대부분의 펜션들은 주력 사업이 아니라 은퇴 후 보험처럼 늙은 부부 두 명이서 소소히 이끌어가는 용돈벌이 정도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여행시장이 성장하고 숙박산업의 파이도 함께 커진 탓에 초기 개념으로 숙박업에 도전하면 금세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좋은 객실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도 손님이 찾지 않거나 관리가 안 될 경우 바로 무너지는 리스크가 큰 사업이 된 것이다.

자리는 이러한 업주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지금도 대부분의 파트너들과는 호형호제하며 스스럼없이 지낸다. 우리가 경쟁사나 후발주자와 다른 점은 본질적으로 ‘문제의 해결’에 집중한다는 것. 외주제작사나 개발 업체는 그들이 개발한 예약 프로그램, 즉 솔루션을 빌려주면 끝이다. 그러나 자리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업체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 개발과 제공에 초점을 맞춘다. 이름 또한 그러한 욕구가 투영된 결과다. 자리는 순 우리말로 잠자리, 누울 자리, 쉴 자리 등을 생각한다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업 모델을 금방 이해하기가 어렵다. 초반에 영업을 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현재까지의 사업성과는 어떠한가.

▲처음에는 단순무식하게 일을 했다. 네이버 지도에 홍대, 신촌 등 번화가를 검색한 다음 그 지역의 게스트 하우스 리스트를 확보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직접 발로 뛰는 영업을 시도했다. 만나고 또 만나서 가까스로 네 군데의 업체와 인연을 맺은 뒤 한 달 정도 우리 모델을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업체들의 사용 소감 및 피드백을 자료화 한 다음, 이 사례를 카드뉴스 형태의 콘텐츠로 만들어 온라인상에 배포했다. 구전효과를 꾀한 것인데 지금 생각하면 마케팅 순서가 거의 뒤바뀐 정말 무모한 시도였다. (웃음)

나중에는 게스트 하우스나 숙박업 대표들이 모이는 모임에 직접 나가서 그전까지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컨설팅 작업을 병행하기도 했다. 처음 게스트 하우스를 오픈 할 때 필요한 과제 및 준비 과정, 손님 응대 등을 설명하면서 천천히 자리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현재 자리의 파트너는 게스트 하우스, 호스텔, 리조트, 한인민박 등을 포함해 약 300여 개 업체에 달한다. 서울, 부산, 제주도 등 인기 관광지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유료화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온라인 서비스에 가격을 붙이는 비즈니스는 성공이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이 외에도 앞으로의 사업 확장 계획이 있는지.

▲유료화는 내부적인 작업을 거쳐 올 상반기 중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밌게도 자리의 유료화는 우리보다도 함께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업체들의 요청이 더 컸다. 자선 사업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그만 수익을 거둬서 앞으로 망하지 말라는 주문들이 쏟아졌다. (웃음)

자리를 사용하는 업체들에게 월별 일정 금액 이상의 수수료를 받는 개념이다. 전부 똑같은 수준이 아니라 업체들의 실적, 이용 시스템, 리스크, 장기적인 확장성 여부 등을 검토해 각기 다른 금액을 책정할 계획이다.

우리 시스템을 소개할 때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는 직원 한 명을 고용한 것으로 생각하시라고 말씀 드린다. 기본적인 정산 및 예약 관리 외에도 수익, 채널, 매출, 적자 개선 등 모든 접점에서 본인 사업의 장단점과 내실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래서 실제 숙박업 외에도 렌터카 등에서 일부 카테고리를 활용해 우리 시스템을 사용하는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파트너들이 좀 더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진출은 조금씩 염두하고 있는 부분이다. 해외에서 민박이나 호스텔 등을 운영 중인 업주들이 우리 시스템에 관심을 표하는 곳들이 많다. 이들에게 안정적인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민 중에 있다. 올해는 아마도 업체들 대상 현장 설명회나 오프라인 박람회, 세미나 참가 등을 통한 홍보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 뛰어들 것 같다.



-숙박업을 포함해 장기적으로 국내 관광시장을 전망한다면. 현 시장에서 자리가 어떻게 인식되기를 바라나.

▲숙박업계가 어느덧 1, 2, 3세대를 양산했다고 생각한다. 1세대는 배경 좋은 관광지에 시설 그러니까 객실만 만들어 놓으면 전화를 통해 영업을 하고 손님을 받을 수 있었다.

2세대는 위치나 객실을 넘어 예쁜 디자인과 부대시설, 개인물품, 식사 제공 등 소위 말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개념까지 장착해야 했다. 홈페이지 상에 예약을 위한 프로그램도 미약하나마 구축해야 했고, 이제 3세대는 좋은 위치에 좋은 객실과 좋은 인프라와 서비스까지 갖춰도 장사가 안 되는 세대가 됐다. 손님 또한 내국인에서 외국인 비중이 높아졌고 다이렉트 예약 보다는 에이전트나 웹을 통한 고객이 늘어난다. 산업 기반과 구조 자체가 변한 것이다. 당연히 더 나은 프로그램과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한국은 다른 동남아 및 근거리 아시아 지역에 비해 숨어 있는 관광 콘텐츠가 많은 곳이다. 이를 개발해서 어떻게 알리고 적용하냐의 문제인 것 같다. 좋은 관광지란 결국 여행자가 잘 걷고 즐기며 돈을 쓸 수 있도록 도시가 재정비 된 곳이다. 서울 뿐 아니라 우리의 주요 지방들이 그런 점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우리의 새로운 고객이 될 것이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 있다. 바로 한 대표가 자리 때문에 밤에 신경 안 쓰고 푹 잘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했던 것이다. 상투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사용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여행종합기술 회사로 친근하고 가깝게 인식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