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9호]2017-01-13 10:51

[칼럼] 강혁신 세부퍼시픽항공 한국지사장



‘각자도생’, 각자 힘을 키우되 하나로 모일 것

다양한 전략과 시스템으로 위기 및 변화 대응해야
 
 
지난 해 하반기, 짧지만 그래도 긴 시간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여행자의 마음으로 업계에 복귀했다. 2개월 남짓한 시간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벌써 새해다. 며칠 전 필자가 과거에 올린 페이스북의 포스트 하나가 출근길 시야에 들어왔다. 2012년 1월 3일에 올린 글이 추억으로 공유됐는데, 그 글을 읽자 새삼스레 ‘아, 내가 다시 항공사 그리고 여행업계로 돌아왔구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새해라고 하는데 도대체가 새로운 건 없고, 점점 더 마음도 무뎌져 그냥 또 다른 한 주를 시작한 것처럼 지루한 1월의 첫 주, 최악의 봄 비수기 다가올 걱정만 가득. 어쩌누~ 열심히 준비해도 될까 말까인데 우리 회사 직원들은 맘 못 잡고, 어쩌누~ 2012년 강혁신의 키워드는 ‘어쩌누’.”

 
심지어 댓글에는 “불만바이러스 퇴치용 백신 구합니다!!” 라고까지 추가해 놓았다. 그로부터 다시 5년이 지났지만 여행업계는 지금도 변함없이 보릿고개를 걱정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복을 받으라는 말보다 살아남으라는 말이 더 의미 있는 암울한 2017년의 시작을 다시 한 번 페이스북에 작성한 뒤 생각에 몰입했다. 고심 끝 올해의 키워드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선택했는데, 필자가 지향하는 ‘각자도생’은 나 혼자 잘 살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각자 힘을 키워 서로 생존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성장하겠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살아남아야만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각자도생은 모두가 쉽게 유추하듯이 각자 스스로 살기를 도모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7월, 매일경제 신문의 오피니언 코너에서도 ‘各自圖生’의 유래를 언급한 기사를 찾아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조선왕조실록 속에서 임진왜란(1592년)과 정묘호란(1636)과 관련해 4번이나 언급됐다고 한다. 나라에 큰 위기가 처했을 때 백성들이 스스로 앞날을 걱정해야 했던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현 시대와 과거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크게는 세상의 혼돈 속이고, 작게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여행업계의 혼돈 속에서 결국은 타인과 협력하기 보다는 홀로 버텨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의 시대에는 하나의 체계와 정책만으로는 생존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양한 줄기로 생각을 뻗고 여러 개의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촘촘한 그물망처럼 진을 친 뒤 수많은 위기와 변화를 이겨내야 한다. 많은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여행항공 업계 또한 서로 힘을 키워 모이고 시너지를 내는 것이 유일한 답일 것이다.


세부퍼시픽항공은 한국지사로써 새로운 출발을 마치고 이제 정착을 앞두고 있다. 설레고 신나는 마음도 분명하지만 더 솔직하게는 앞으로의 사업과 시장 확장을 위한 고민도 크다. 우리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파트너를 열심히 배려하고 설득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와 뜻이 맞는 파트너를 찾는데 발품을 아끼지 않고 노력할 것이다. 만나고 또 만나자. 우리의 변화무쌍하고 예측 불허한 미래를 위해.
 
 

<who?> Hyuk Shin Kang
해병 중위 제대와 아일랜드 어학연수 후 2001년 항공업계와 인연을 맺었다. 글로벌에어시스템에서 14년간 세부퍼시픽항공의 여객영업 업무를 담당했으며 이후 호텔숙박업에 종사한 바 있다. 사진과 글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고 아닌 것은 끝까지 아니라고 지적할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