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8호]2017-01-06 14:58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강다영 - 취재부 기자



“부정의 힘으로 2017년 격파를 각오하다”
 

 
매년 새해 전망은 어둡기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자는 말은 식상하다 못해 지겹기까지 하다. 하지만 새해 첫날부터 ‘막 살자!’를 목표로 할 수는 없으니 올해도 다시 힘을 내 열심히 살아보자고 말해본다.


하지만 이 긍정적인 말이 얼마나 억지스러운가는 기자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 사실 새해를 맞았다고 해서 특별히 기대되는 것도 없을뿐더러 외려 올해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까봐 미리부터 겁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라고해서 무조건 기대가 되거나 긍정의 힘이 솟아오르진 않을 텐데 왜 사람들은 습관처럼 새해만 되면 긍정적이고 환상적인 것들을 소망하는 것일까. 그렇게 새해 소망을 빈 지 꼭 한 달 만에 나가떨어지면서 말이다.


한국 사회를 휘감은 여러 종류의 분위기 중에서 가장 억지스러운 것이 바로 ‘긍정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뭐든지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행동하는. 마치 단체로 아산화질소를 들이마신 것 마냥 웃음과 긍정을 강요한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그 긍정으로 인해 힘을 얻는 사람만큼이나 괴로워하는 사람도 많다. 도저히 긍정적인 생각이 불가능한 상황의 사람에게 긍정을 강요하는 것은 “너는 왜 그렇게 우울하고 부정적이니. 그러니까 다 안 되지”하고 몰아세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몇 해 동안 업계지 기자로 일하면서 여행업계에도 이런 억지스러운 ‘긍정의 힘’이 팽배하다고 느꼈다. 결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면서도 늘 한 결 같이 ‘우리는 할 수 있다.’ 따위의 각오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것이다.


기자는 새해를 맞아 스스로 한 가지 약속한 것이 있다. 대책 없는 긍정의 힘으로 나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지 말 것. 왜 힘든지 자기비판을 하고 생산적인 피해망상에 시달리기로 했다.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나에 대한 비판이나 직언을 독려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해 볼 생각이다. 적어도 지나치게 긍정적일 때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을 하면서 많은 여행업계 종사자들을 만난다. 그동안 그들과 함께 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잘 될 거예요’다. 빤히 알고 있는 부정적인 피드백은 자제하고 긍정적인 격려만을 해왔다. 그게 가장 쉽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게 과연 그들에게 도움이 됐을까? 많은 글로벌 업체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통해 위기대응을 준비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빌게이츠의 ‘악몽메모’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이를 대비하는 훈련을 악몽메모를 통해 해온 것이다.


새해를 맞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여행업계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긍정의 힘인지, 부정의 힘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