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8호]2017-01-06 14:21

“65살 여행사 세일즈 직원 70살 항공사 임원?”
직장인 정년 65세 개정, 기업 인적 관리 지각변동

여행항공업계 대부분 정년 보장 불가능, 50세도 힘들어

내부적으로 지침 마련하고 선두기업 위주로 정착해야
 
 

 
‘65살의 여행사 세일즈 직원, 70살의 상담 직원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까?’


정부가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60세인 근로자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직이 잦고 오랜 기간 한 기업에 몸담는 문화가 드문 여행항공업계로써는 이러한 지침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는 노릇. 좀 더 체계적인 내부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9일, 보건복지부 차관 주재로 국가노후준비위원회를 열어 정년조정 추진 등을 담은 제1차 노후준비 지원 5개년 계획(2016~2020년)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된 데 이어 올해부터 전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년을 65세까지 늦추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효율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연금의 수령을 원활히 하며 보다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지원하겠다는 것. 그러나 정부의 장밋빛 기대와는 별개로 실제 현장에서 정년 보장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업계 실무자들은 답은 명확하되 풀리지 않는 숙제와도 같다고 말한다.

팀장 혹은 부서장으로 재직 중인 3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의 여행사 관리자들은 승진보다는 오랜 기간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속내를 밝힌다. 정년보장이 법으로 확정된 것은 그런 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다. 그러나 여행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300명 이상의 인원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 업체의 수가 많지 않다. 보장받을 수 있는 기준에 아예 미치지 않는 것이다.

다수의 직판사와 온라인 기업에서는 10년 정도 근무한 뒤 떠밀리듯 임원자격을 달고 40대 중반에는 회사를 떠나는 것이 관례화 되고 있다. 그렇다고 임원으로써 혜택이 풍족한 것도 아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이사급 임원으로 승진할 시 곧바로 비정규직으로 계약을 전환한다. 법인카드 등의 혜택이 주어지긴 하지만 타 업종 대비 급여 체계나 대우 또한 상당히 낮다. 결국 40대 이후에는 재취업이 힘들어 대형사 대리점을 운영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묘수가 없다.

대형사의 상황도 마찬가지. 일례로 하나투어의 경우 숙련된 업무능력을 보유한 임직원을 유지하며 생산성 제고효과를 갖는다는 장점과 직원들의 사내 분위기 조성 등을 목표로 업계에서 독보적인 65세 정년 보장을 위한 ‘잡셰어링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2017년 1월 기준 하나투어 내부에서 실제 해당자는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상장 기업들은 법적으로 정년 보장을 실시하고 있지만 제도를 홍보하거나 적극 권장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40대 중반 이후에는 선택받는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면 알아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나친 경쟁과 시장의 소비 패턴 변화로 생산성 대비 수익이 떨어지자 기업마다 비용 감소를 이유로 임원이나 관리직을 최대한 줄이는 현상이 늘어나면서 정년 보장은 커녕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 여행사도 고령자의 재취업이나 활용 여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임원 및 관리직의 대우부터 정년 보장이 당연한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선두 기업 중심의 사례 정착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행사 관계자들은 정년이 법으로 확실히 보장되는 항공사를 부러워 하지만 항공사 또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최근 몇몇 외항사의 이사진들이 여행사로 이직을 앞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로 장래성 면에서는 기반이 취약하다.

한 관계자는 “항공사 임원들이 이직을 하거나 새로운 항공사의 지사장으로 취임할 때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나. 그때 높은 연봉보다도 정년 후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는 내용을 추가한다고 들었다”고 씁쓸한 상황을 전했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