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7호]2016-12-26 09:13

[2016 장거리 결산] <유럽 특수>
“테러가 바꾼 유럽 여행상품 지형도”
 
여전히 불안한 서유럽 대신 동유럽·발칸 각광

허니문 목적지로 모리셔스·세이셸 관심 증가
 
 
2016년에도 테러는 유럽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터키에서는 거의 매달 폭탄 테러가 터졌으며 2015년 파리 테러로 충격이 가시지 않은 프랑스에서도 테러 위협이 지속 포착됐다. 말 그대로 잊을만하면 터지는 테러에 서유럽 여행시장은 마음껏 날개를 펴지 못했다.

그나마 테러 이슈가 발생하지 않은 스위스와 이탈리아가 약진했지만 지난 2년 전과 비교해 서유럽 상품 선호도가 크게 낮아진 것이 사실. 여행자들은 불안한 서유럽 여행 대신 스페인과 동유럽·발칸지역으로 눈길을 돌렸다. 신혼여행객들도 무조건 유럽을 선호하기보다 모리셔스나 세이셸 등 색다른 목적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럽·특수지역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던 서유럽이 비로소 일등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짧게 보면 단순한 ‘서유럽의 침체’이겠지만 멀리 보면 서유럽에 집중됐던 수요가 분산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외풍(外風)에 면역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그 어느 때보다 목적지 개척과 상품 개발에 적극적이었던 2016년 유럽 시장을 돌아본다.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서유럽, 잊을만하면 터지는 테러에 몸살

2015년 11월 13일 파리 테러 이후 더 이상의 소프트타깃 테러는 없어야 한다고 전 세계 사람들이 소망했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만인 2016년 1월 1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테러 발생 지역은 술탄아흐메트 모스크가 있는 술탄아흐메트 광장. 이스탄불의 주요 관광지로 매일 수만 명이 운집하는 곳이다. 경찰이나 군인이 아닌 관광객과 일반 시민들을 타깃으로 한 테러에 세계는 다시 한 번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어 지난 6월 28일에는 이스탄불 아타튀르크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 및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이 두 사건으로 인해 상반기 터키 관광시장은 완전히 무너졌다. 국내 여행업계에서도 현지 테러를 예상할 수 없는 만큼 당분간 상품판매를 자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8월부터 주 5회 운항하던 인천-이스탄불 노선을 주 3회로 감편했다. 테러 소식이 잦아든 하반기부터는 일부 여행사들이 홈쇼핑을 통해 터키 상품 판매에 적극 나섰으나 최근인 12월 10일 이스탄불의 베식타스 보다폰 축구경기장에서 또 다시 차량폭탄테러가 발생해 불안을 높이고 있다.
프랑스 역시 테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파리 대테러 이후에도 지속적인 테러 위협이 있었다. 특히 지난 7월 프랑스 니스에서는 휴양객을 타깃으로 한 트럭테러가 일어나기도 했다.

터키와 마찬가지로 그룹여행이 크게 감소한 프랑스는 현지 정부가 나서서 관광활성화에 나섰다. 지난 7월 5일 서울 그레벵 뮤지엄에서는 VIP대상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를 위해 파리 일 드 프랑스 지역의 발레리 페크레스 지사가 방한했으며 이를 계기로 한국 여행업계 대표들을 파리 일 드 프랑스 지역에 공식 초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한국 주요 여행업계 대표들이 파리 일 드 프랑스 지역을 방문했으며 현지에서 ‘파리 일 드 프랑스의 한국시장 재활성화 사업에 대한 전망’을 주제로 회의를 가졌다.

한편 지난 12월 19일에는 독일 베를린 시내의 주요 쇼핑지역이자 관광지인 빌헬름 황제 기념 교회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마켓에 트럭 한 대가 돌진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동유럽·발칸 지역 반사 이익

터키, 프랑스 그리고 최근 발생한 베를린 테러 포함, 연초부터 연말까지 이어진 테러 사건에 여행자들의 시선은 동유럽으로 집중됐다. 서유럽 못잖은 볼거리와 역사, 문화를 가진 것은 물론 이미 서유럽을 경험한 여행자들이 재방문 목적지로 동유럽과 발칸을 선호했기 때문. 이러한 흐름은 올해 유독 강세를 띠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도 다양한 목적지를 내세워 한국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다.

△체코는 올 한해 모라비아 지역을 알렸다. 지난 3월 하나투어와 함께 ‘이달의 추천도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레일유럽과는 체코 중심의 동유럽 기차여행 루트를 홍보했다. 또한 체코의 다양한 소도시를 알리고자 GTA와 공동으로 여행업 관계자 대상 온라인 트레이닝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공동 프로모션을 펼쳤다.

개별여행객이 늘어나는 만큼 B2C 콘텐츠 생산에도 앞장섰다. 관광청은 내일투어 객원 마케터인 트레저헌터와 팸투어를 진행하고 온라인 콘텐츠를 늘리는 한편 트레저헌터들의 의견을 반영한 쿠폰 북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EBS 세계테마기행을 통해 체코의 다채로운 모습을 소개하기도 했다.

체코와 함께 동유럽 주요 3개국으로 평가받는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도 한국시장을 타깃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헝가리관광청 한국사무소는 지난 6월 17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매력적인 목적지들을 소개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은 7~8월 여름성수기 시즌 부다페스트 전세기를 띄우면서 헝가리 수요증가에 한몫했다. 오스트리아의 대표 목적지인 △비엔나에서는 한국인을 위한 가이드 영상을 선보였다. ‘비엔나전문가클럽(Vienna Experts Club International, VECI)’에서 창립 10주년을 맞아 진행한 프로젝트로 이 영상에 출연한 한국인 조세광 씨는 한국 관광객들을 위해 쇼핑, 먹거리, 문화 공간 및 역사 유적지 등 다양한 관광지를 소개했다.

2014년부터 붐이 일기 시작한 크로아티아 덕분에 △발칸 반도의 인기도 크게 상승했다. 크로아티아와 인접하거나 국경을 맞댄 슬로베니아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낸 것. 이에 따라 크로아티아관광청과 슬로베니아관광청은 지난 5월 24일 여행사 대상 워크숍을 개최했으며 이에 앞서 4월 12일에는 ‘2016 발칸 6개국 트래블미션’이 진행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를 배경을 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가 방송되며 두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허니문의 뜨는 해, 인도양 목적지

최근 몇 년 간 인기 허니문 목적지는 주로 유럽이나 동남아 휴양지였다. 그러나 반복된 서유럽 테러 소식과 다양해진 선택지에 신혼여행객들의 시선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많은 예비부부들이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을 신혼여행지로 선호하면서 세이셸과 모리셔스가 차기 대세 허니문 목적지로 떠올랐다. 특히 △세이셸은 지난 10월 초 가수 나르샤의 허니문 목적지로 이슈가 되면서 성장에 더욱 탄력 받고 있다.

주한세이셸관광청은 오는 2020년까지 1만 명의 한국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올 한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 7월 5일 에티하드항공과 함께 판매촉진의 일환으로 여행업계 대상 워크숍을 진행했다. 행사에서는 세이셸 여행정보 및 동향과 리조트 소개 등 정보전달과 함께 현지 여행업 관계자와의 1:1 상담 미팅 등으로 구성됐다. 또한 10월 14일에는 가을 허니문 시즌을 맞아 허니문과 특수지역 전문여행사를 대상으로 지역 설명회를 개최했다.

당시 관광청은 “한국사무소가 개소한 2007년에는 약 100명에 불과했던 세이셸 방문 한국관광객이 2015년 기준 약 1,500명을 넘어섰다”며 빠른 성장세를 강조했다.

△모리셔스 또한 세이셸 못잖게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모리셔스를 찾는 한국인은 연간 2,000~3,000명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된 한국인 방문객 수는 5,000여 명으로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의 한국인이 모리셔스를 찾았다. 모리셔스는 저렴한 현지 물가와 아프리카, 유럽, 휴양지라는 세 가지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허니문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모리셔스 정부가 국적항공사인 에어모리셔스, 모리셔스관광청,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에어코리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싱가포르와 모리셔스를 잇는 노선이 주 1회에서 주 3회로 증편, 접근성이 더욱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