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6호]2016-12-16 11:11

[연간키워드2] 올 한 해 우리 사회는 무엇에 열광했나?(2)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저물어 간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저성장 속에 우리 사회는 올 한 해도 조용하고 별 볼일 없는 위축된 한 해를 보냈다.

점차 현실화되는 일상 붕괴와 불균형 속에서 제 밥그릇을 챙기지 못하면 남는 것은 ‘도태’밖에 없다는 절망감이 사회 전반을 채우고 있다. 힘든 만큼 실속 소비가 늘어났고 여럿이 모이기보다는 홀로 즐기는 문화가 주류로 등장했으며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등 멀게만 여겼던 신기술들이 빠르게 구현되고 있다. 여행정보신문은 올해 우리 사회가 열광했던 Best 키워드 12개를 선정하고 총 3회에 걸쳐 각 키워드를 분석하는 릴레이 기사를 담는다.


이번 기사에서는 1인가구의 증가로 하나의 트렌드가 된 혼술·혼밥과 가성비를 따지는 최신 소비문화, 눈부신 기술발전을 나타내는 알파고(AI) 그리고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른 액티브 시니어를 조명한다.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1인 가구 증가에 가성비 뛰어난 혼술·혼밥 인기
 
 
[여행정보신문 선정 2016 ] Best 키워드

▲박근혜 게이트 ▲촛불집회 ▲김영란법 ▲아재열풍 ▲가성비
▲혼술·혼밥 ▲액티브 시니어 ▲알파고 ▲도널드 트럼프
▲ 사드배치 ▲영상마케팅 ▲포켓몬 고
 
 

1. 가성비 “가격은 저렴하게, 성능은 최고로”

‘가격대비 성능’의 준말인 가성비가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그로인한 취업률 하락, 사회에 만연한 양극화현상으로 본인을 ‘서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그 어느 때보다 깐깐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명 ‘가성비갑(甲)’이라는 신조어도 이러한 소비 트렌드가 짙어지면서 생겨난 단어다.


실제로 소비자들로부터 ‘가성비갑’으로 인정받은 편의점 및 대형마트의 PB상품은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뿐일까, 아기용품을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과 생활용품, 화장품 등은 이미 ‘가성비’가 지배하는 영역이 됐다.


바야흐로 ‘노브랜드’의 시대, 가성비가 소비자 욕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긍정적으로 봤을 때는 스마트한 소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고,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면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이 생활용품 하나에도 발발 떨며 최고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일이라 하겠다.
 

2. 혼술·혼밥 “1인 문화 전성시대가 시작되다”


삼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은 이제 드라마나 옛날이야기에서 들어볼 법한 일이 됐다. 요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거주형태는 대가족도, 3인 또는 4인 가족 중심의 핵가족도 아닌 한 사람으로 구성된 ‘1인 가구’다. 어쩌면 ‘1인 가구’의 증가는 이미 예견된 일 일지도 모른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로 여자가 가장역할을하는 여성 1인가구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낮은 취업률과 장기화된 경기불황으로 독립을 했음에도 결혼 하지 못하는 만혼 인구가 늘어났다. 가족을 모두 떠나보낸 60세 이후의 노년층 1인 가구의 오름세도 1인 가구 증가에 한몫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5년 전체가구 대비 1인 가구 비율은 100.0 대 27.2 수준. 혼자문화가 급격히 성장한데는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여기에 스마트 폰의 등장으로 대면 소통이 아니어도 SNS나 채팅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며 보다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위주의 문화가 발달했다.


특히 올해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한 TV프로그램들도 쏟아져 나오면서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이 더 이상 처량하거나 궁상맞은 일이 아니게 됐다.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현대인들 사이 최신 트렌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모습은 이제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 됐다.
 

3. 액티브 시니어 “인생은 60부터!”


‘꽃보다 청춘’이 만들어낸 최고의 단어다. 이제 더 이상 무기력한 노인은 없다.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요즘 60~70대들은 40~50대 못잖은 활력과 감각으로 여전히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과거 은발의 노인을 떠올리게 했던 ‘실버세대’와는 달리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는 훨씬 더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느낌의 노인을 떠올리게 한다.


‘액티브’한 시니어들이라니. 이토록 멋진 말이 또 있을까. 이 액티브한 시니어들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주어지는 노화를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여전히 또렷하고 젊은 정신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변화하는 몸을 인정하고 삶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로 계속해서 정진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앞으로 노화를 맞게 될 수많은 젊은이들의 본보기가 된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의 등장으로 이들을 위한 생활용품 및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그동안 무관심했던 노인문화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는 점 또한 큰 성과다.
 

4. 알파고 “바둑 천재 이세돌을 이긴 인공지능”


올해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군 이슈 가운데 딱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선정하겠다. 지난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펼쳐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결과는 이세돌 1: 알파고 4로 알파고의 대승이었지만 인공지능을 이긴 이세돌의 1승이 한국인을 비롯한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는 것에는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에도 결함이 있음을 증명해낸 이세돌의 여유 만만한 미소는 인간의 위대함을 상징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고 칭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