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6호]2016-12-16 10:45

[칼럼] 심종수 중부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교수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죄악이 될 것이다”

관광객은 현대의 이동성 대표, 소유 보다는 자유 지향
 
 

문명의 이동성(mobility)을 생각해 본다. 과거와 달리 현대의 이동성은 항공기를 이용해 신속하게 멀리 떨어진 공간과의 접속이 가능해졌다. 미국 라이트형제의 유인동력 항공기가 최초 탄생한지 100여 년에 불과한 항공운송은 이동성의 중심에 우뚝 선 거인이 됐다. 한곳의 생각, 기술과 문물이 다른 곳에 전해지는 방식이다. 인간의 문명이동 경로와 이동성은 그만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련성을 갖고 있다.


다른 방식의 문화 이동성도 있다.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저 멀리 있는 다른 세상의 흐름과 사건을 인지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되는 정보통신 기기의 덕분으로 세계인의 접속 네트워크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다.


올 여름 인천공항의 하루 이용객이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매일 신기록을 갱신중인 것이다. 우리민족의 이동성 패러다임을 보는 것 같다. 사람들이 군집한 고속도로나 공항을 이용하다 보면 현대의 한국사람들의 급신장된 이동성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이동성은 어떤 기회를 우리에게 줄까.


첫째, 사람을 만나는 기회의 획득이다. 그것도 전 세계에 걸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행태를 볼 수 있다. 우물 안에서 본 자기와 우물 밖에서 느낀 자기의 정체성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다. 둘째, 문화의 이동이 가속화 된다. 한류의 전 세계적인 파급력을 보자. 대륙을 넘어 동시다발적으로 우리 문화의 세계적 이동이 이뤄진다.


역방향도 가능하다. 세계 패션의 일번지라고 하는 뉴욕, 밀라노에서 유행된 패션이 아주 짧은 시기에 네팔의 산간 오지나 나이로비까지 도달한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셋째, 비즈니스 기회의 발생이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값싸고 좋은 제품은 자연발생적으로 교역이 생성된다.

국제간 교역이 너무나 활성화돼 이제 빗장을 가로 지르는 고립주의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다. 넷째,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기회가 온다. 내가 아는 한 프랑스 친구는 세상을 이동하다 싱가포르에 정착했다.


와인을 수입해서 판매를 하고 또 다른 프랑스 상품을 무역해서 행복한 정착기회로 삼은 것이다. 한국에서도 많은 외국인이 유입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미시간에서 온 한 미국친구는 SNS 를 통해 그 기회를 찾았다고 한다.

지금 그는 강사, 번역, 무역의 3가지 일을 바쁘게 하고 있다.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현지사람과 결혼해 현지화(localization)를 택했다는 점이다. 다섯째, ‘small world’의 도래다. 울타리도 없어지고 국경도 없어진다. 한 지역 한나라에서 통용되던 규범과 생활방식이 이제 전 세계로 파급된다.


오랫동안 금과옥조로 여겨졌던 규범이 다른 세상에서는 반대로 된다. 처음에는 이 현상이 쉽게 수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세대는 이내 받아들이게 된다. 돌과 쇠로된 계명도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 자유의 체험을 만끽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국의 억압된 세상을 받아들이겠는가.


현대의 이동성을 대표하는 관광객은 더는 길과 공간, 장소의 소유를 원치 않고 다만 이 세상 끝까지 움직이는 자유를 원하고 있다. 근대 여행제도의 시초를 연 토마스 쿡이 한 말을 끝으로 언급할까 싶다. “세계가 움직이는 이 변화의 시기에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죄악이 될 것이다. 여행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