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5호]2016-12-09 10:33

[연간 키워드] 올 한 해 우리 사회는 무엇에 열광했나?(1)
 
올 한 해 우리 사회는 무엇에 열광했나?(1)

경기 침체, 각박한 사회 문화 1인 가구 대세로
 
 
[여행정보신문 선정 2016 ] Best 키워드

▲박근혜 게이트 ▲촛불집회 ▲김영란법 ▲아재열풍 ▲가성비
▲혼술·혼밥 ▲액티브 시니어 ▲알파고 ▲도널드 트럼프
▲ 사드배치 ▲영상마케팅 ▲포켓몬 고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저물어 간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저성장 속에 우리 사회는 올 한 해도 조용하고 별 볼일 없는 위축된 한 해를 보냈다.

점차 현실화되는 일상 붕괴와 불균형 속에서 제 밥그릇을 챙기지 못하면 남는 것은 ‘도태’밖에 없다는 절망감이 사회 전반을 채우고 있다. 힘든 만큼 실속 소비가 늘어났고 여럿이 모이기보다는 홀로 즐기는 문화가 주류로 등장했으며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등 멀게만 여겼던 신 기술들이 빠르게 구현되고 있다.

여행정보신문은 올해 우리 사회가 열광했던 Best 키워드 12개를 선정하고 총 3회에 걸쳐 각 키워드를 분석하는 릴레이 기사를 담는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1. 박근혜 게이트 “그만 내려오세요!”


비선 실세에 대한 뉴스가 보도됐던 2년 전만 하더라도 풍문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 순위가 1위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근혜라고 떠들어도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을 쳤다.

설마 했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구슬알 꿰듯 그간의 묘한 행적이 과거와 연결되면서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은 그야말로 바닥을 쳤다.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 그리고 2016년 박근혜 게이트로 이어지는 메가급 이슈의 등장에 대부분의 국민은 슬퍼하고 분노했으며 때로는 싸울 준비를 했다.

우스갯소리로 대한민국 헌정상 최악의 대통령이었던 그녀는 임기 말에 가서야 전 국민을 단결시키는 괴력을 발휘하셨으니, 이것도 공이라면 공이라 하겠다.
 

2. 촛불집회 “분노하라, 그러나 평화롭게”


광화문을 비롯해 서울 도심과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촛불집회는 한국 사회의 달라진 힘과 성숙한 시민 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이슈로 꼽힌다.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을 빛내고 있는 촛불들은 11월을 기점으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각에서는 연말이 다가오는 12월 셋째 주와 넷째 주를 기점으로 기세가 한층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폭력 평화주의를 내세운 촛불집회는 한국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일례로 코스모진 관광 R&D 연구소가 지난 11월 19일부터 28일까지 국내에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 298명을 대상으로 '촛불집회'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많은 외국인들이 집회를 인상적이라고 답했다. 전체의 38%는 가장 인상 깊은 모습으로 '엄청난 인파의 대규모'를 선택했으며 뒤를 이어 33%가 '평화적 시위'를 꼽았다.


세월호 때와 마찬가지로 촛불집회가 여행시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광화문 및 여의도 등 도심의 경기는 살아났으며 해외여행시장은 수요 이탈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주에도 민심은 타오른다.

 
3. 김영란 법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취지 자체는 환호할 만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것. 누구나 좀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교수님께 간식을 건넨 경험이 있고 명절이면 자연스레 거래처에 인사 명목으로 상품권을 돌렸다. 자존심은 상할지언정 홍보 기사 한 줄을 위해 수많은 기자들을 만나 법인카드를 박박 긁었다. 어쩌면 그저 ‘관례’라는 말에 숨겨왔던 크고 작은 행위들은 예전부터 당당히 ‘NO’라고 외칠 수 있는 것이었다.


9월 28일 시행된 김영란 법을 본지 또한 열심히 다뤘다. 시행 한 달 전 8월 이슈엔토크(950호)를 통해 김영란 법의 뜻과 이후 끼칠 파장을 조명했고 10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외는 심층기획(964호)을 통해 법 시행 두 달 후 업계의 반응 위주로 의견을 모았다. 큰 변화 보다는 조용히 눈치만 보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아직도 영란 법에 대한 정확한 답은 영란 씨만 안다.
 

4. 아재 열풍 “건담이 어떻게 발을 건담”


TV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문화가 그려내는 아저씨의 이미지는 아줌마 못지않게 부정적이다.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본인의 주장을 내세우며 전체적으로 맥을 고려하지 않는 대화법은 종종 젊은 세대는 물론 같은 연령층에서도 비난을 받는다. 그런데 올해 들어 아저씨, 소위 ‘아재’들의 개그 코드와 몇몇 패턴이 대중문화의 히로인으로 부각하면서 다양한 유행을 이끌어냈다.


주로 B급 감성과 ‘병맛’ 코드를 기반으로 한 아재 개그나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클럽을 다니는 연예인들의 모습에서 쾌감과 함께 짠함을 느낀다는 소비자가 많다. 삶이 어렵고 팍팍할수록 심각하거나 어두운 문화를 기피하는 대신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킬링타임용’ 콘텐츠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물론 끝은 금방 보일 것이다. 대표적인 아재 스타인 이경규 옹의 말처럼, “더는 더러워서 못해먹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