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4호]2016-12-02 11:41

[Best Traveler(226)] 장인용 마터호른 고르너그라트 전망대(MGB철도청) 한국지부 소장

고르너그라트가 국민 버킷리스트가 될 때까지!”
 
 
한국 여행객에 스위스·체르마트 진가 알리고 싶어
지역 전문가 넘어 한국-스위스 잇는 가교 될 것


 
“저는 노동(勞動)이 아니라 락동(樂動)을 하는 사람입니다.”
일을 진정으로 즐긴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장인용 소장의 첫 인상은 대단한 ‘워커홀릭’, 그리고 능력 있는 열정가였다. 고르너그라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했을 때 그는 장장 몇 십 분에 걸쳐 고르너그라트가 대중화 되지 못한 원인과 이를 극복할 방안, 그래서 지금 본인들이 하고 있는 활동들을 한 번에 대답했다. 그만큼 목표와 목적이 뚜렷했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철학과 소신이 있었다.

그는 스위스에서 만 10년 동안 체류하며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했다. 20대 전부를 스위스에서 보낸 장 소장이 지금까지도 스위스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겠다.
스위스에서 인바운드 여행사업을 하던 청년이 한국에 스위스 모노상품을 선보이고 마침내 본인이 직접 시장성을 확인한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의 한국 대표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장 소장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노동이 아니라 ‘락동’을 했기 때문에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본인이 원하는 바를 이뤄낼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때 이른 아침 출근해 새벽 1~2시에 퇴근을 할 때도 있었지만 퇴근 후에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고.
기자로서는 어마무시한 사람이라고 느껴지는 일화였지만 그는 여전히, 지금도 그런 마인드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스위스 지역 전문가를 넘어 한국과 스위스를 잇는 가교 역할까지 하고 싶단다. 진정 능력 있는 ‘락동자(樂動者)’, 장인용 소장을 만나봤다.
취재협조 및 문의=마터호른 고르너그라트 전망대 한국지부(www.mgbahn.ch/02-543-8290)
글·사진=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 한국지부를 개소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약 10년 간 스위스에 거주하면서 앞으로 흥행할 수 있는 시장이 있다면 그게 체르마트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융프라우가 유명했지만 언제까지고 사람들이 융프라우만 찾지는 않을 테니까.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롭고 더 매력적인 목적지를 찾을 텐데 나는 그게 체르마트, 그리고 고르너그라트가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스위스 현지에서 인바운드 사업을 하면서 조선팔도의 모든 관광객들을 만나봤기에 그 시장 가능성에 더욱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

2006년도에 스위스 생활을 접고 한국에 가기로 결심했다. 한국에서 직접 체르마트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2006년부터 고르너그라트 측에 한국지사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그런데 스위스가 워낙 느리다. 어떤 이야기가 나와서 실행이 되려면 ‘넥스트 제너레이션(다음 세대)’이 돼야 할 정도로 일처리가 느린 편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지부 이야기를 꺼낸지 약 8년 만에야 한국지부를 개소할 수 있었다. 물론 그동안 한국에서 고르너그라트로 한국 여행객들을 꾸준히 보내면서 성과를 냈다. 덕분에 더 자신감 있게 한국지부 개소를 요청할 수 있었고 마침내 2014년 1월 한국지부가 문을 열게 됐다.

 
‘파라마운트 픽쳐스’의 로고로 유명한 마터호른을 등진 장인용 소장. <사진출처=장인용>
 

-다수의 여행자들이 스위스하면 융프라우를 떠올린다. ‘고르너그라트’라는 신규 지역이 대중들 사이에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사실 고르너그라트는 아직 일반 대중에게 낯선 지역이다. 하지만 새로운 지역을 발굴하고 찾아내길 좋아하는 배낭여행객이나 개별여행자들에게는 익숙한 지역이다. 고르너그라트가 융프라우만큼 대중성을 얻지 못한 것은 융프라우 보다 덜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동선이다. 융프라우가 뜰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서유럽 연계상품 일정 시 접근성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서유럽 연계상품은 크게 ‘영·프·스·이(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또는 ‘이·스·프·영’의 두 패턴으로 이뤄지는데 융프라우가 있는 인터라켄은 이 일정의 중간 길목에 있다.

반면 고르너그라트가 있는 체르마트 지역은 동선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기존의 서유럽 연계 상품으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인터라켄에 비해 비싼 여행경비다. 인터라켄은 전 세계 관광객이 집중되는 곳이다. 그래서 소위 ‘여행사 가격’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체르마트는 볼륨으로 승부하는 시장이 아니어서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교통도 불편하고 인터라켄에 비해 가격 차이도 크다보니 여행사에서는 고르너그라트를 팔기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2013년도 이후부터 여행 트렌드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럽여행이 대중화되면서 모노여행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스위스에서 있으면서 유럽은 패키지보다 모노투어가 맞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내가 있었던 스위스는 더욱 더 그랬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고 지나치기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 많은 곳이다. 융프라우는 정말 예쁘다. 하지만 더 예쁜 게 있는데 ‘시장 가격’ 때문에 알려지지도 않고 사장돼 버리는 것이 안타까웠다.

최근 여행 트렌드가 바뀌면서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자하더라도 그 나라의 진가를 느끼려는 여행자가 많아졌다. 따라서 고르너그라트를 찾는 대중들도 늘 것이라고 기대한다.
참고로 고르너그라트에서 가장 잘 보이는 마터호른은 미국 영화제작사인 ‘파라마운트 픽쳐스’의 로고로 이용될 만큼 상징적인 곳이다.
 
-고르너그라트만의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 있다면.
▲스위스 전역의 4,000미터 고봉들 중 60%가 집중된 곳이 체르마트 지역이다. 체르마트는 1,600미터 고지에 위치한 곳으로 산에 오르지 않아도 4,000미터 영봉들이 나를 감싸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그 뷰를 가장 아름답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고르너그라트다. 전망대 사방을 둘러싼 알프스 산맥은 정말 장관이다. 게다가 체르마트는 가솔린이나 디젤 차량이 금지된 청정지역이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 하늘 색깔도 짙고 청명한 푸른빛이다.
 
- 짧은 기간 동안 눈에 띄는 활동을 많이 했다. 특별히 주력했던 활동이 있다면.
▲한국지부가 개소하고 공식적으로 활동한 지는 2년 정도다. 그동안 브랜드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스위브(SWIB)와 업무제휴를 맺고 마터호른 시리즈를 출시하기도 했고 오뚜기 진라면과 손잡고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진라면을 판매하기도 했다.

사실 신규지역을 알리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여행사와의 세일즈 미팅을 많이 한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는 고르너그라트를 일반적인 세일즈 미팅만으로 홍보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니즈가 없는 상태에서의 비즈니스 미팅은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서 일단은 대중들에게 ‘고르너그라트’라는 브랜드를 알리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의류 브랜드인 스위브나 식품업체인 오뚜기와의 업무협약도 이의 일환이다. 옷을 입을 때도, 라면을 먹을 때도 고르너그라트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도록 대중 친화적으로 먼저 다가가려고 한다.
 


-브랜드 홍보에 대한 성과가 있었나.
▲물론이다. 단순하게 예를 들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팔로워 수를 봤을 때 본사에서는 다년간 50~100명에 정체돼 있었다고 하면 우리가 손대고 나서 1년 동안 본사의 3배, 4배치를 뛰어 넘었다.

숫자적인 성과들을 더 말하자면 2013년까지만 해도 체르마트 방문 TOP 20 국가를 뽑으면 대한민국이 없었다. 그러나 1년 만에 한국인 방문객 수가 1.5배 정도 올랐고 13위까지 성장했다. 2013년 7천명도 안 되던 한국 방문객 수가 불과 만 2년 만인 현재, 1만 5천 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그룹 고객들만이며 집계되지 않은 개별여행객을 더한 추정치는 약 2만 2천명으로 보고 있다.

더 재밌는 것은 전 세계인들이 몰리는 융프라우도 지난해에 처음 방문객 수 100만 명이 넘었다. 동일한 해에 체르마트는 68만 명을 기록했다. 체르마트는 스위스 변방에 위치한데다 가격도 비싸고 겨울 스키시즌에는 호텔 수배도 쉽지 않을 만큼 열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8만 명이다. 여러 핸디캡 있음에도 융프라우의 70%에 육박한 방문객 수를 기록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성비가 뛰어난 목적지라는 증거다.
 
- 또 다른 마케팅 활동 계획들이 있는지.
▲지금 강원도청에서 태백산맥 산악열차 프로그램을 추진하는데 그 곳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산악열차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산악열차의 본질이 희석되지 않게끔 스위스의 사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만약 산악열차가 현실화 된다면 MGB 철도청과 자매결연도 맺고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먼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활동들을 바탕으로 언젠가 스위스 지역 전문가를 넘어 한국과 스위스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소비자 이벤트는 기획 중인 것만 있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다양한 이벤트를 시도할 생각이다. 항상 대중 옆에 있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기 때문이다. 라면광고를 봐도 우리가 나오고, 아웃도어를 입어도 고르너그라트가 보이고 강원도를 가도 고르너그라트를 생각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고르너그라트가 대한민국에 어떻게 알려지길 원하는가.
▲고르너그라트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버킷리스트가 되는 것. ‘고르너그라트를 갔다 와서 나는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혈기왕성한 20대의 내가 느꼈던 그 벅찬 감동을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