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4호]2016-12-02 11:06

심층기획-김영란법 시행 두 달 그 이후



“너도 나도 모르고 영란씨 만 아는 법”

하반기 미디어 팸투어 크게 감소 항공사는 고민 중

호텔 행사 대신 기자간담회, 소규모 세미나 증가

관계 대신 업무 집중은 환영,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모호해

 
 
지난 9월 28일 발효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어느 덧 시행 두 달을 맞았다. 언론사와 고위 공무원의 지나친 금품 수수를 막고 그릇된 접대 문화를 개선하자는 ‘청탁금지법’은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3만 원 미만의 실속 메뉴가 생겨나는 것은 물론 호텔 행사보다는 기자 간담회가 크게 증가했다.

담당자들은 업무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 비즈니스 문화가 한결 개선됐다는 입장이지만 한편에서는 초기보다 흐지부지한 법 시행과 각종 꼼수가 생겨나는 등 파장도 만만치 않다고 답한다. 무엇보다 현장에서는 김영란법 위반 사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직도 모호하다며 실체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여행업계의 중요 마케팅 중 하나인 관광청 팸투어는 상관이 없다는 해석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앞장섰다 첫 타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시도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본지는 김영란 법 시행 이후 업계 현황과 문제점을 취재하고 관계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의 자료를 토대로 풀어봤다.
정리=김문주 기자/취재부 titnews@chol.com
 
 














 
 “미디어 홍보업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터라 기자와의 만남은 피할 수 없는 업무 중에 하나다. 과하게 약속을 많이 잡고 대접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약속이 정말 줄었다.

재밌는 점은 미디어들이 알아서 우리를 멀리한다는 것이다. 식사 약속은 최대한 피하고 가벼운 차를 겸한 취재 미팅만 늘었다. 특히 일부 미디어는 대면 미팅 대신 서면이나 통화로 취재내용만 주고받길 원하는 태도를 보여 생각보다 기자들의 압박도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홍보실은 기자들과 사이가 친밀해야 어느 정도 일을 진행하는데 수월하다. 가장 편하게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자리가 법의 테두리로 묶이면서 사이가 애매해졌다.

큰 행사가 아니고서는 기자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드물지 않나. 매번 사무적으로 기사만 요청한다면 솔직히 누가 만나줄까 싶다.” 언론 홍보 담당자 A씨


 

김영란 법 시행 이후 업계 연말행사에서는 식사 자리가 눈에 띠게 줄었다.



 
1. 오찬 행사보다는 간담회 위주로, 법인카드 대신 개인카드

취재 중 만난 많은 홍보 담당자들은 기존과 하는 일은 동일하지만 실제 기자와의 만남은 감소했음을 털어놨다. 친분 차 주선했던 점심이나 저녁 자리가 예상 외로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기자들이 알아서 자리를 피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상품(서비스) 론칭식이나 설명회를 앞두고 메뉴를 정하거나 장소를 섭외하는 일이 피곤한 문제로 부각됐다고. 과거에는 대형 호텔에서 프레젠테이션과 식사를 겸한 행사를 주로 진행했다면 요사이에는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 시간에 열리는 간담회와 소규모 세미나가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식사 대접 시 코스보다는 뷔페식을 선호하고 공식 행사 전에 프레스 세션이 별도로 마련되는 형태인데 기자들 대부분은 이를 인지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가 방한하는 경우에도 사무실 내 회의실에서 간소한 브리핑만 갖는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집에 따르면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 등은 예외사유에 해당돼 허용된다.

더불어 본 행사를 취재하는 기자단이나 행사 관련 임직원에게 사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홍보를 위한 교통편의·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추가로 문화·예술·체육 등 관련 분야 기자는 취재 목적으로 프레스티켓을 제공받아 공연을 관람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고유한 업무이다.

따라서 주최자의 홍보정책에 따라 취재 목적으로 출입하는 기자 본인에게 발급되는 프레스티켓은 청탁금지법 제8조제3항제8호의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된다. (양도 및 대여 불가)
 

 

외식시장 또한 김영란법의 영향을 받아 달라진 풍경이다.




개별적인 취재 미팅이나 식사 자리에서는 3만 원 미만의 메뉴를 찾는 게 급선무가 됐다. 다행히 서울 번화가에 자리한 많은 식당들이 2~3만 원 가격대의 영란 메뉴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메뉴 구성을 다양화 하고 거품을 줄인 도시락 형태가 최고 인기다. 물론 매번 가격을 맞출 수 없어 법인카드 대신 개인카드를 사용하거나 기자와 홍보담당자 모두 비싼 식사를 묵인하는 편법도 종종 발생한다.

우려됐던 업체 불황은 현실화 되는 추세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김영란법’ 시행 두 달을 맞아 지난달 28일까지 실시한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에 따르면 ‘김영란법’으로 인한 외식업계 평균 매출감소율이 33.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의 지침 중 하나인 식사비 3만 원을 넘는 중·고가 식당의 타격이 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객 1인당 평균 3만~5만 원 가격대 식당은 80.0%, 5만 원 이상 식당 75.0%가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외국기관 및 공익을 위한 해외 팸투어는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관관청들은 쉽사리 팸투어를 추진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진은 2015년 독일관광청이 주관한 베를린팸투어 현장.
 



“9월 이전에 이미 많은 관광청들과 호텔 업체들이 해치우듯 하반기 팸투어를 소화했다. 이후에는 대부분의 팸투어가 취소됐고 다들 눈치만 보며 미루고 있다가 기자 대신 블로거나 여행 작가를 초청해 진행했다. 국가 교류를 위한 외국관광청 및 공익 기관의 초청 팸투어는 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관광청들의 분위기는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는 식이다.

항공사나 호텔 및 리조트의 경우 단독 팸투어 개최가 불가능한 만큼 관광청을 끼지 않고는 일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내년부터는 조금씩 길이 풀리겠지만 팸투어를 개최한다고 해도 예전처럼 대외적으로 투어를 홍보하거나 활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관광청 한국사무소 대표 B씨.



 

9월 28일 김영란 법 시행 전, 후로 눈에 띠게 달라진 팸투어 시장.


2. 팸투어 내년부터 정상화 될 것, 관광청은 고민 중

10월부터 12월까지 여행업계 팸투어 사례를 조사해 봤다. 법 시행 이후 팸투어는 대부분 일정을 미루거나 취소됐다.

일례로 △네바다관광청의 경우 지난 10월 7일부터 네바다 현지에서 개최되는 ‘2016년 네바다 주지사 투어리즘 서미트(Nevada Govemor’s Global Tourism Summit)’참석을 위해 여행사와 미디어를 함께 초청할 예정이었으나 미디어는 제외했다. △캐나다관광청은 캐나다 본청의 공식행사인 ‘Go 미디어’ 행사를 예정대로 10월 소화했다.

본 행사는 세계 11개 마켓을 대상으로 치러졌으며 이후 정규 행사인 'Go 미디어'는 시기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지속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 추가적인 미디어 행사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태다. △미국관광청 또한 지난 9월 24일부터 10월 3일까지 스페셜리스트 대상 팸투어를 성료했다. 지난 2015년에는 미디어 관계자들도 동참했지만 올해는 블로거들로 대신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관광청 및 항공사 팸투어는 여행사 혹은 업체 대상으로만 실시됐다. 기자들을 초청하고 공식 자료를 내보내며 콘텐츠를 활용한 곳은 중국국가여유국의 <2016 CITM>이 유일하다.

익명을 요구한 관광청 관계자는 “앞으로 미디어 팸투어는 전혀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개인 블로거나 비언론사와 협업할 생각이다. 법 관련 이슈는 현지에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오해가 될 수 있는 활동은 전면 중단 혹은 보류 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팸투어 계획이 있지만 밝히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임원은 “공공기관에서 문화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팸투어는 진행해도 상관없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관광청들이 다시 계획안을 수립하고 있다.

아마 내년부터는 기자 초청 팸투어가 활성화 될 것”이라며 “다만 국가 교류와 공익이라는 기준이 애매하고 혹시라도 안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팸투어 진행을 공개적으로 알리거나 홍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콘텐츠 수집과 홍보 목적 외 국가 정세나 동향을 분석해야 하는 트래블마트나 로드쇼, 교역전이라면 기자 초청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권익위는 실제 지난 10월 Q&A 사례를 통해 외국정부, 국제기구, 공익 목적의 외국기/단체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국기관에서 외교 및 국제교류 증진 등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항공료, 교통, 숙박, 음식물, 기념품 등은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된다는 답을 전했다.

관광청이나 대사관이 주관하는 팸투어는 가능하다는 해석이 된다. 반면 헷갈리는 점도 있다. 팸투어와 달리 공식 행사에서 기자에게 제공하는 항공료 등을 통상적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항공료 등의 지원의 경우 고가인 점에 비춰 해외 등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불가피한지 여부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고 답했으며 이로 인해 통상적인 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개인 입장에서 김영란법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되고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행과정에서 지나치게 지엽적인 부분들에 집착하면서 모양이 우습게 변한 것은 아쉽다. 실무진 입장에서는 기존 업무방식에 제약을 주는 부분이 있어 불편한 점도 많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강력한 기반을 마련하고 잘못된 점을 개선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김영란법은 초기에 비해 사람들 반응도 약하고 정착도 잘 되지 않고 있다. 다들 누가 첫 번째 사례로 벌을 받게 될 지만 주목할 뿐 스스로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밥을 먹다가도 김영란법을 언급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3만 원 수준의 밥만 고집하지 않는다. 흐지부지 될 까 혼란스럽다.” 항공사 마케팅 담당자 C씨



 

애매모호한 김영란 법으로 아직까지도 여행업계는 혼란을 겪고 있다.






3. 기준 및 해석 제각각, 진통 언제까지

권익위, 법무부, 법제처, 기재부, 문관부, 인사처 등 관계부처는 9월 28일 법 시행 이후부터 줄곧 청탁금지법 해석 관련 TF회의를 개최하며 사례집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4차 까지 회의 결과가 나온 상태다. 가이드라인이 분명하지 않은 법 시행에 따라 시민 및 업체별 복수 질문이 폭주하고 통상적인 범위에 대한 논의가 지나치게 다양하게 퍼지고 있는 탓이다.

여행업 관계자들은 대체로 김영란 법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을 표출하고 있었다. 기존 업무 방식에 변화를 줘서 불편하다는 의견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어도 법 시행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것.

특히 김영란법의 경우 이미 여러 차례 미디어를 통해 노출돼 왔고 여행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방지법’ 또는 ‘더치페이 법’ 등 기본적인 가치는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문제는 실질적인 마케팅을 위한 행사나 팸투어, 기자 설명회 등을 위한 정확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매체를 초청할 수 없고 접대성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은 ‘팸투어’나 호텔 오찬을 겸한 ‘설명회’ 등 제법 큰 규모의 행사를 진행하는 업체들은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팸투어’의 경우 소비자 타깃에 따라 B2B, B2C 혹은 TV, 종이매체 등 미디어와 기자를 선택해서 지원하는데 이 경우 접대성 팸투어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 때문에 행사 개최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한 전문가는 “결국 김영란 법은 관계자들의 이해가 부족하기 보다는 새로 시행되는 법이고 그만큼 법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無’에 의한 불안으로 초기 진통을 겪고 있다”며 “권익위와 (여행관련)협회에서 실제로 참고하거나 비교해볼 수 있는 사례를 좀 더 많이 제시해주고 관광청, 항공사, 호텔 리조트들과 작게나마 간담회를 가져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