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3호]2016-11-25 17:54

[B컷 포토 에세이]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여행자인 동시에 구경거리였다”

 
중국 복건성 영태현의 작은 마을에 간 적이 있다. 상해나 북경 보다는 훨씬 시골인 것이 사실이지만 외국인의 등장에 이토록 열렬한 반응을 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사진에 찍힌 부분은 극히 일부분. 프레임 밖 현실세계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쏟아져 나온 듯 사람들로 가득했다. 기자는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수십, 수백여 개의 휴대폰에 기록됐다.

본래 목적은 이 작은 마을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구경하려고 온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기자를 포함한 외국인 동료들이 구경거리가 돼버렸다. 기묘한 일이었다. 외국인들을 촬영하려는 인파로 가득한 상황에서 고즈넉한 마을의 풍경을 담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구경거리가 된 것을 즐기기로 했다. ‘한궈(한국인)!’라고 외치는 적극적인 중국인과 ‘니하오!’ 하며 인사를 하기도 하고 수줍은 표정으로 근처를 서성이는 아이들과는 짧은 눈웃음으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이곳에서 외지인은 ‘여행자’라기 보다 조용한 마을에 나타난 간만의 ‘볼거리’에 불과했다.

마침내 우리는 서로를 구경하는 사이가 됐다. 나는 오래된 마을을 지키며 살고 있는 그들을 촬영했고 그들은 자신들의 삶터를 기록하는 나를 촬영했다. 기자의 눈에는 그들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흥미로워 보였다. 그들도 내가 흥미로워 보였던 걸까, 나를 찍는 중국인들이 싫지 않았다.
<2016년 11월 중국 복건성 영태현, DMC-GM1>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