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0호]2016-11-07 09:23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김문주 - 취재부 차장
 
“한국관광의 초라한 민낯, 지방이 위험하다”


 
하반기 들어 연일 한국관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나치게 중국 인바운드 시장에 무게가 쏠린 각종 지표와 정책부터 윗선의 계획과는 반대로 가는 현장의 악순환, 경쟁 목적지(주로 일본이지만) 대비 부족한 인프라, 문관부의 혼란 등 그야말로 국내 관광업계의 민낯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생생한 기사들이 지면과 온라인을 장식하는 중이다.

추가하자면 지방 관광협회의 끊임없는 추락과 위기설 또한 언론사들의 좋은 먹잇감으로 활약하고 있으니 관광전문지 기자로써 이렇게 바쁘고 즐거울 수가 없다. 무릇,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돕는다더니 기사 아이템 찾아 발품을 팔아야 하는 수고를 알아서 대신 해주고 있는 셈이다.

우스갯소리로 문을 열었지만 국내 관광시장, 그 중에서도 지방의 상황은 예상 외로 심각하다. 서울과 몇몇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관광시장은 그야말로 ‘보여주기 식’언론홍보와 실적에만 집착할 뿐 관련 업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 2,000만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저가 숙박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당찬 행보에는 지방관광시장에 대한 배려가 빠져있다.

사실 상 많은 지방 도시와 지역들이 외래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테마와 사업 포트폴리오는 물론 일을 진두지휘할 전문가와 실무진 조차 없는 공허한 상태다. 방문객 통계는 물론 관광지를 소개하는 기본적인 브로슈어조차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서 주도하고 있는 캠페인 슬로건과 타 지역의 테마들을 그대로 가져와 이름만 바꿔 나열하는 식의 홍보마케팅과 한 철 축제만으로는 더 이상의 관광객 유치는 불가능하다.

지역 활성화를 앞장서 외쳐야 하는 시도와 협회 또한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지난 2015년 수천 만 원에 달하는 뇌물수수 혐의 및 보조금 횡령사건으로 인해 결국 운영을 중단한 인천관광협회를 비롯해 부산관광협회 또한 올 여름 관계자의 업무상 횡령 혐의로 추문에 휩싸인 바 있다. 광주시관광협회는 최근 문화해설사들의 임금체불이라는 언론 보도로 곤혹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공적인 기금을 운용하고 주도적으로 앞장서 일을 처리해야 할 협회조차 제 기능과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상황에서 지방 소재 여행사나 업계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하다.

지난 몇 년간 한국 관광은 중국관광객의 가파른 증가로 예의 없는 외형적 성장과 함께 달콤함을 맛봤다. 메가 시티 ‘서울’의 거대함과 글로벌함을 뽐내는 사이 대부분의 지역관광시장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안으로만 썩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관광의 위기를 개선하기 위한 열쇠는 첫째도 둘째도 결국 지방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