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49호]2016-08-12 15:57

[칼럼] 전재훈 이드코리아 대표
 




“여행에서 다양성을 생각해보다”
 
 


대학생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이십대의 절반 이상을 수많은 여행지에서 다양한 사람과 문화 속에서 보냈다. 늘 경비가 넉넉하지 않았지만 여행은 또 다른 여행을 불렀다. 스페인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독일인 친구 집에 놀러가거나 하는 일이 꼬리를 물었던 것이다.



이스탄불에서의 일이다. 이란 출신인 Samira라는 친구를 알게 됐는데 때마침 이슬람 건축물에 관심이 많았던 나에게 그녀는 페르시아 건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몇 시간에 걸쳐 장황하게 늘어놓은 그녀의 자부심 넘치는 설명은 나를 이란으로 불러들였다. “나 이란 가볼래!”라는 발언에 그녀는 곧장 “그럼 우리 집에서 지내!”라고 화답했다.



급히 결정된 이란행은 그녀의 추천에 따라 테헤란에서부터 이스파한을 거쳐 쉬라즈까지 3개 도시를 목적지로 했고 테헤란에서 이스파한까지 Samira의 친구와 가족들에 의해 가이드 당했다. 테헤란에서는 그녀의 대학교 친구들이 나를 가이드 했었고 그녀의 고향인 이스파한에서는 하루에 열 번씩 그녀의 가족들에게 나를 소개했다. 이스파한에서는 그녀 없이 가족의 집에 머물게 됐는데 거기는 동생과 어머니가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동생은 지체장애가 있었고 어머니는 독실한 무슬림이었다. 그 누구와도 대화가 되지 않았지만 그 짧은 며칠에 걸쳐 언어, 나이, 종교는 여행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내게 이슬람 국가들은 이러한 따뜻한 경험을 선물해준 장소다. 이란을 예로 들었지만 모로코나 이집트, 오만 등 다른 나라에서도 대게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러한 경험을 한 것은 나의 관심사인 이슬람 건축물에 따라 여행지를 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근 생겨나는 다양한 여행관련 콘텐츠와 이슈를 보면 모두가 똑같은 패턴으로 장소를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가치 중에서 장소가 주는 것만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 여행 갔다 왔어”가 중요한 것이지 “여행지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업계도 비슷하다. 똑같은 목적지를 저렴하게 보내기 위해서 제살 깎아먹는 경쟁을 하는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일은 할수록 힘들어진다. 소비자들이 똑같은 소비만 하기에 테마여행이나 특정 분야 전문여행사들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창의적인 사업가나 여행자들에 의해 체험관광과 같은 여러 새로운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여행자와 여행지의 개성, 즉 다양성이 자리 잡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나의 여행방식을 찾아 누구나 비슷한 여행이 아닌 나만의 여행을 할 수 있는 여행자들과 업계의 다양성을 기대해본다.
 

 
who?
이슬람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빠져 전 세계의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게 됐다. 이후 이스탄불과 두바이에서의 근무 경험을 토대로 한국을 무슬림들에게 소개해주고자 무슬림 콘텐츠를 활용한 여행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된다. 현재 이드코리아의 대표로 한국관광공사의 창조관광사업에 선정돼 방한 무슬림을 위한 웹서비스 ‘할랄찹스틱스’를 운영 중이다. (http://www.halalchopstic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