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47호]2016-07-25 09:19

현지취재-일본 동북지역





남녀노소 모두를 만족시키는 매력적인 일본 동북지역
자연 동반하는 진정한 힐링, 4050세대에 제격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거리’들 젊은 여행객 자극
 

 
당장 며칠 뒤 일본여행을 떠난다고 상상해보자.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소셜채널에서 쉽게 보던 먹방투어, 화려한 도시의 이미지가 먼저 머릿속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 기자는 장담한다. 당신이 무엇을 기대했던지 기대 이상의 일본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가까운 나라 일본이지만 기자는 26년 만에 처음 발 도장을 찍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자의 머릿속 또한 화려한 도쿄의 야경, 먹어도 먹어도 앞으로 더 먹을 것이 많은 오사카의 이미지로 꽉 채워졌다. 웬걸. 도착해 처음 방문한 곳은 온통 초록색뿐인 숲이었다.

실망하기엔 일렀다. 천천히 걸었던 산책로는 그 간 뒤엉켜 있던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해줬다. 또 자연과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마을들과 주민들의 삶은 멋들어지지는 않았지만 다정하고 따뜻했다.

2박 3일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다채로운 매력을 경험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취재협조 및 문의=한국여행업협회(www.kata.or.kr/02-752-8692), 일본정부관광국(www.welcometojapan.or.kr/02-777-8602)

일본=이예슬 기자 titnews@chol.com

 
 
 
 

[느림의 美 여유롭게 거닐다]

한국에서 일본까지는 비행시간이 2시간 내외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이미 여행경험이 있는 여행객들이 많겠지만 대부분이 도심이나 휴양지를 중심으로 둘러봤을 터. ‘자연’을 중심으로 여행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일본은 짧은 비행시간이 장점인 만큼 부모님을 위한 효도여행지로도 제격이다. 한국과 비슷한 문화에 유별나게 까다롭지 않은 이상 음식도 어느 정도 입에 맞기 때문이다. 5060 중장년층 세대에게는 일본 동북지역인 이와테현과 야마가타, 미야기현 여행을 추천한다.

△주손지는 이와테현 하라이즈미 정에 있는 사찰이다. 850년 지카쿠 대사에 의해 창건 돼 12세기 초 기요하라에 의해 대규모 법당과 탑이 건립됐다. 이를 계기로 도호쿠 지역이 ‘일본 불교’의 새로운 본산으로 주목받았다고 한다.
주손지에서 꼭 봐야할 것이 있다면 바로 ‘금색당’이다.

말 그대로 절이 모두 금으로 뒤덮여 있다. 주손지의 본당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지만 금색당 관람을 위해선 800엔을 지불해야 한다. 금색당은 현재 일본 국보 건축물 제1호로 지정돼 있다. 관람공간은 철저하게 사진촬영이 금지된다. 오래된 건축물이다보니 더 이상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사찰을 둘러보는 것으로 800엔이나 되는 입장료의 값을 치르진 말자. 관람장 내 안내센터에 요청하면 한국어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주손지에서 10분도 채 안 걸려 도착하는 곳이 △정토정원이다. 이곳도 주손지와 마찬가지로 사찰을 중심으로 정원이 구성 돼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내부를 한 바퀴 크게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장시간 걷기에 무리가 없다.

 


색다른 여유를 즐기고 싶다면 야마가타현에서 △모가미가와 뱃놀이를 즐겨보자. ‘뱃놀이여야 봤자 15~20분 정도 타고 강을 빙~ 둘러보는 것이 전부겠지’는 편견. 모가미가와 뱃놀이는 조금 더 이색적이다. 긴 배에는 20명 정도의 인원이 탑승해 탁상을 중심으로 마주보며 앉는다. 배에서는 각자 가져온 간식을 맛보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주변이 온통 산이라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이동하는 동안 곳곳에 수상 상점도 자리해 있으며 산 꼭대기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시원한 물줄기를 눈에 담을 수도 있다. 중간 중간 소소한 재미들이 넘쳐난다. 참고로 뱃놀이가 시작되는 탑승지점과 하선하는 지점은 다른 곳이다.

실컷 뱃놀이를 즐기고 내리면 배꼽시계가 정각을 알린다. 뱃놀이 하선 지점에는 기념품과 식사를 할 수 있는 상점이 있다. 이곳에서는 지역 특산물과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생선요리와 뜨끈뜨끈한 샤브샤브 국물이 발끝까지의 긴장감을 덜어준다.

일정 중 마지막으로 꼭 찾아야 할 곳은 △자오국정공원의 오카마 칼데라호다. 자오국정공원은 미야기현과 야마가타현에 광범위하게 걸쳐져 있다. 국정공원은 현지 상황에 따라 가끔 입산이 거부되는 경우도 있으니 사전에 미리 알아두고 여행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정상까지는 차를 통해 갈 수도 있지만 일부 현지인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이용해 오르기도 한다. 공원 정상에는 산정호수인 오카마 칼데라호가 있는데 날씨에 따라 물 색깔이 다채롭게 변한다. 정상에는 산책로가 잘 마련 돼 있는데 오카마 칼데라호를 담을 수 있는 코스부터 자오국정공원 내 폭포 등 자연환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코스까지 다양하게 마련 돼 있다.

오카마 칼데라호가 가장 잘 나오는 장소는 이미 여행객들로 인산인해. 서둘러 사진부터 남기고 천천히 코스를 둘러보는 것을 더 추천한다. 정상 높이가 해발 1,800m라 다소 쌀쌀함을 느낄 수 있어 외투는 필수로 챙겨야 한다.
 
 


[그림 같은 마을을 마주하다]

너무 번잡한 것은 싫은데 그렇다고 자연친화적이지도 않은 젊은 여행객이라면 아키타현과 야마가타현을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듯한 마을들과 그 안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아기자기한 삶이 ‘덕후(하나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를 탄생시킨다.

특히 아키타와 야마가타현의 대표 관광지들은 일본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명소 중의 명소이니 일정을 여유롭게 구성하는 것이 좋다. 기자 또한 두 지역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지만 오랫동안 머무를 수 없었던 일정이 아쉽기만 했다.

아키타현의 △가쿠노다테 무사저택거리는 17세기에 형성된 사무라이 마을이다. 일본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현재는 후손들이나 일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골목 곳곳에서 과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과거 무사들의 복장을 하고 맞이한다. 일부 건물들은 과거 모습을 유지한 채 박물관이나 기념품 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배가 출출하다면 거리 초입에 위치해 있는 ‘못지리 만쥬’를 맛보자. 쫀득쫀득한 겉껍질 안에 부드러운 팥 앙금이 들어있어 맛이 일품이다. 항상 여행객들이 붐비기 때문에 일찍이 배부터 채우는 것이 현명하다. 여름에 찾으면 마을 양 옆으로 늘어진 청록색 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베스트 포토 스팟이니 꼭 한 장 이상은 찍을 것을 권한다. 참고로 겨울의 무사저택거리의 풍광도 한 폭의 그림이다. 눈 쌓인 마을의 모습이 예술이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에도 장화를 대여해 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이밖에 인력거를 타고 마을의 주요 코스를 둘러보는 방법도 있다. 한국어 서비스는 제공이 되지 않지만 몇 년간 여행객을 모셔(?)온 베터랑답게 골목 곳곳의 명소까지 안내한다.

무사저택거리에서 나와 10~15분 정도 이동하면 굵직굵직한 산들에 둘러싸인 △다자와 호를 볼 수 있다. 다자와 호는 아이리스Ⅰ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미 방송 이후 수많은 일본과 한국 여행객들이 방문해 방송 직후에는 도로가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붐볐을 정도라고. 드라마로 유명해진 여인조각상이 있는 부분도 아름다운 장관을 자랑하지만 광범위한 만큼 곳곳에서 보는 호수의 모습이 각기 다르다.

산책로를 통해 호수를 걷는 방법이 가장 가까이에서 호수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인데 이곳에서는 산책 외에도 나룻배를 탑승해 볼 수도 있다. 또 버스를 이용해 호수 주변을 전부 둘러볼 수 있는 버스투어도 운영 중이니 사전에 예약해 편안하게 감상해보자.

무사저택거리만큼 아기자기하고 일본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마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긴잔온천마을이다. 차를 이용해 들어갈 수 있지만 도로가 협소하니 여유롭게 7~8분 정도 짧게 걷는 것도 좋다. 긴잔온천마을은 입구부터가 그림 같은 풍경이다.

산에서부터 흘러내려오는 강을 가운데 끼고 양 옆으로 3층 정도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이곳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여행객들이다. 마을을 빙 둘러보면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시설부터 간단하게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이자카야,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품들을 모아 놓은 문구점까지 들를 수 있는 곳이 다양하다.

긴잔온천마을에서 1박의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다면 맛보기라도 온천욕을 즐겨보자. 곳곳에 온천수로 족욕을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다. 족욕 이용료는 무료다. 뜨끈뜨끈한 온천수에 여독을 풀며 캔 맥주 한잔을 들이키면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릴 것이다.
 
 

 
[알찬 여행을 위한 알짜 팁]

일본 동북지역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센다이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편리하다. 센다이 공항은 주변의 아키타, 미야기, 야마가타와의 거리도 가까운 편이기 때문에 주변 관광이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인천에서 센다이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해 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센다이 구간을 매일 운항 중이다. 항공 스케줄은 요일에 따라 상이하지만 인천을 오전 9시경 출발해 센다이에 12시 내에 도착한다.

단체여행이 아니라면 렌터카를 이용해 여행 할 것을 권한다. 관광지와 관광지 사이가 가까운 곳도 있지만 동북지역의 중심 여행지를 둘러보려면 1시간 내외의 이동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동북지역의 경우 즐길거리가 다양하지만 도심과는 정 반대의 분위기로 주요관광지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20분 정도의 산책은 기본이니 여행 계획 시 편안한 신발을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