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39호]2016-05-30 09:06

[취재수첩][광화문연가] 강다영 - 취재부 기자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우리는 모두 각자의 취향이 있다. 그러나 정형화 된 것을 좋아하는 대한민국에서 개인의 취향을 지켜나가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타인의 독특한 취미나 가치관을 제멋대로 재단하거나 ‘그 길은 틀렸어. 이 길이 맞아.’라고 하는 식의 가르침이 여전히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잣대를 남에게 들이댄다는 것. 자신이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으로 타인의 인생을 그리고 가치관을 무시하는 것은 얼마나 무지한 짓인가.


기자가 ‘취향존중’에 대해 이토록 열을 올리는 이유는 여행업계에도 ‘취향존중’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여행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왜 기자가 출입하는 여행사는 매년 더 어려워질까. 그들은 묻는다. 대체 인천공항의 여행객들은 어딜 통해서 떠나느냐고. 기자 역시 궁금했다. 여행사의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두고 이들은 어떤 경로로 떠나는 걸까.


그런데 최근 기자의 이러한 고민이 해소됐다. 여행자들은 그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여행사를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동행이 불편하고 일정에 포함된 관광지 대신 다른 곳에 가고 싶고, 버스 대신 현지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싶은 개인의 취향에 맞춰 직접 여행을 설계하고 떠나는 것 뿐이다.


바야흐로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는 시대에 정형화된 여행상품과 서비스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여행자들은 대게 진취적이고 독립적이다. 또한 새로운 문화를 갈망하며 현지 문화에 호기심이 많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보적인 취향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남들과 비슷하거나 틀에 맞춰진, 혹은 형식적인 것들을 못 견뎌 할 수도 있다.


‘취향(趣向)’이란 대체 뭘까. 사전적 의미로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을 말한다.


기자의 여행 취향을 말하자면 우리나라 국적기 보다는 여행지의 국적기를 선호하며 관광객들을 위한 레스토랑 보다 현지인들이 찾는 아기자기한 식당을 좋아한다. 또한 단체버스로 편하게 이동하는 것 보다는 교통카드를 들고 그 지역을 공부하며 돌아다니는 것이 기자의 취향이다.


하지만 이런 취향을 반영한 여행상품은 없다. 과거 베트남 패키지 상품을 이용할 적에 베트남항공 상품을 요청했지만 여행사 직원은 아시아나항공이 훨씬 더 좋다며 왜 베트남항공을 고집하냐고 의아해했다. 결국 양보하긴 했지만 그 이후로 패키지여행에 흥미를 잃었다. 여행을 다녀왔지만 나의 여행이 아니라 타인의 여행을 구경한 기분이었다.



물론 여행사들이 모든 여행자들의 취향을 고려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은 ‘오타쿠 전성시대’다. 과거에는 부정적인 의미였던 오타쿠도 현대에 이르러서는 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 즉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긍정적 의미를 나타낸다. 더 이상 뚜렷하거나 독특한 취향이 부끄럽지 않은 세상인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은 더더욱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또 견고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여행에서도 자신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여행사가 아니라면 굳이 선택하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21세기 여행사는 여행자의 취향을 존중할 줄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