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38호]2016-05-23 09:05

[칼럼] 박종필 PAA그룹 회장





서비스의 플러스·마이너스 효과


각기 다른 상황 및 고객 마음 헤아려야
 

 
언젠가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인에게서 들은 말이다. 새로운 오리 요리를 개발해 출시하고 나서 반응이 생각보다 좋지 않자 그동안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촉영업을 했다고 한다. 판촉이라고 해봤자 단골고객들의 안부를 물으며 내가 당신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으니 조만간 다시 한 번 들러 주십사 하는 통화가 전부였다고 한다. 딴에는 관심과 사랑을 듬뿍 담아 ‘요즘 사업은 잘 되시느냐?’, ‘지난 번 큰 따님 혼사는 별 문제 없이 잘 치르셨느냐?’ 등을 물었는데 이런 안부전화가 그만 화근이 됐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대입 학력고사를 치르고 식구들끼리 식사를 하러왔었던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 고객이 시큰둥하게 대꾸하자 나름대로 아는 척을 하기 위해 ‘지난 번 대입 시험 날 오셔서 식사를 하시고 가셨다’는 말로 기억을 상기시켰다는 것이다. 그 고객이 그제야 기억이 난다고 말하자 내친김에 어떻게 결과는 좋았냐고 인사를 건넸단다.


그러자 고객은 ‘당신이 그런 것은 알아서 뭐하냐’고 화를 내더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그 날은 그 고객의 딸이 어느 대학의 입학 명단 대기자로 기다리다가 불합격 처리 통보를 받은 날이었다고 한다. 그 지인은 그때 일이 얼마나 끔직스러운 기억이었는지 “나는 세상에서 고객이 제일 무섭다”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맞는 말이다. 고객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무서울 사람들이다. 이 같은 경우는 서비스와 마케팅 차원에서 시도했던 안부 전화가 오히려 화근이 돼 돌아온 서비스의 마이너스 효과에 속한다. 이는 고객에 대한 사전 준비 부족에서 오는 역효과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불쾌한 대화가 오고간 데에는 서비스 제공자와 고객 간에 원활한 친분 상태가 이뤄지지 않은 탓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서비스는 제공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언제나 기분 좋은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반대로 D생명에 다니는 한 생활설계사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안부전화로 끝나지 않고 더욱 깊숙이 개입하는 서비스를 택했다. 어찌 보면 좀 부담스럽고 불편한 개입이 아닐 수 없는데 오히려 결과는 더 좋은 편이라고 한다. 평소 음식을 잘하고 관심이 많은 이 생활설계사는 고객들의 집안 대소사를 일일이 수첩에 기록해 뒀다가 직접 만든 잔치음식 한 가지를 고객에게 가져다준다고 했다. 처음엔 고객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걱정에 연습에 연습을 더한 탓에 요리사 자격증까지 따게 됐다고 한다.



이 경우는 서비스의 플러스 효과다. 서로 기분 좋은 서비스일 뿐만 아니라 나의 기능 발전까지 가져온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누린 셈이다. 전자는 말 한마디 건넸을 뿐인데 고객과의 사이가 극도로 나빠진 상태이며 재구매는커녕 우연히 만나는 일조차 기피할 상황이 돼버린 경우다. 반면 후자는 전자보다 훨씬 더 많이 간섭하고 상관하는 서비스 제공자임에도 불구하고 고객과 매우 긍정적인 사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재구매율이 더욱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즉 서비스는 천편일률적인 것이 아니라 ‘Case by Case’임도 명심하자.
 
 

who?
충남 보령의 한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는 동안 항해사가 돼 원양어선을 타고 망망대해를 누비고 다니는 것이 꿈이었다. 우연히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사 공채모집에 응시하고 합격한 것이 계기가 돼 하늘의 사나이로 살고 있다. PAA의 대표이사로 현재 전 세계 유명 외국항공사의 한국 마케팅, 판매, 영업 등을 총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