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35호]2016-04-22 14:03

[칼럼] 권희정 뉴질랜드관광청 한국지사장






뉴질랜드의 아리랑 ‘연가’ 한국과 공통의 정서 보유
 
 


‘키아오라~’ 뉴질랜드에 도착한 이후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인사말이다. ‘안녕하세요?’ 라는 마오리 언어지만 실제로는 ‘건강하십니까’ 또는 ‘감사하다’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의 환대 행사는 재밌다. 이미 많은 언론과 방송에서 노출된 바 있는데 실제 현장에 참여하면 또 다른 흥분이 일어난다. 가이드를 따라 마오리들의 집회장소인 마라에(Marae)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잠시 후 진행될 신성한 의식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숨죽여가며 기다리고 있었다. 전통 환영의식인 포휘리(Powhiri)는 우선 방문객이 적인지 친구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의식이 시작되면 마오리 전사는 창을 무섭게 휘두르며 관광객들에게 다가온다. 마오리 전사는 동공을 최대한 크게 뜨고 혓바닥을 가장 길게 밖으로 빼놓는다. 얼굴 또한 험상궂게 잔뜩 구기고 관광객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이때 방문객이 그 전사의 손에 들려 있다 땅에 놓이는 나뭇잎을 차분하게 집어 들면 마침내 마오리 전사들과 부족여성들에 환영의 합창이 이어지고 마라이 안쪽으로 입장을 하게 된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마오리 특유의 인사법인 ‘홍이(Hongi)’를 배운다. 홍이는 서로의 코를 부딪쳐 서로의 숨을 교환한다는 뜻이다. 처음 홍이를 접하는 관광객 중 다수는 당황한 듯 쭈뼛거리기도 하고 피식 웃음을 짓기도 한다. 그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 중 하나다. 이후에는 좀 전의 무겁고 경건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밝은 모습으로 민속춤을 추거나 다양한 놀이를 곁들인 공연이 이어진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어린 시절 즐겁게 따라 부르던 ‘연가’가 사실은 마오리족의 ‘포카레카레아나(Pokarekare Ana)’임을 알게 된다. 이 노래는 6.25전쟁 당시 뉴질랜드에서 파병됐던 군인들에 의해 우리나라에 전파된 노래로서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부르던 사랑노래라고 한다. 그 역사가 마치 우리네 아리랑과도 닮아있어서 뉴질랜드 사람이 해외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 고향 생각에 눈물을 짓게 된다고 하니, 뉴질랜드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기도 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민속공연 중 눈과 귀를 사로잡는 춤은 당연 ‘하카(haka)’라 불리는 마오리 전사들의 춤이다. 춤을 추는 내내 그들의 힘과 용맹함을 만끽할 수 있었으며 전투에 임하는 비장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뉴질랜드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출 수 있는 이 춤은 뉴질랜드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을 일깨워 주는 문화유산이다.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팀인 ‘올블랙스(All Blacks)’가 경기를 앞두고 상대방을 위협하는 목적으로 하카를 추면서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경기에 앞서 상대방 선수들을 일렬로 세우고 추는 이 춤은 어찌 보면 뉴질랜드 팀에 엄청난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불공평해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유명세 때문인지 티켓 파워를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현재 하카댄스는 여러 가지 의전행사에도 시행이 되는데 귀빈이 방문하거나, 행사 또는 장례식에도 널리 행해지고 있다. 가장 남성적인 스포츠 경기에서 마오리 원주민의 격렬한 하카댄스가 더해지는 것은 단연 어울리지 않는가?
 
 
who?
뉴질랜드관광청 한국지사장으로 한국여행시장에서 뉴질랜드 관련, 다양한 홍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수시로 산과 명소를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타고난 여행인. 전 세계에 친구와 지인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HeeJeong.Kwon@tnz.govt.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