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24호]2016-01-29 16:02

[B컷 포토 에세이]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한없이 유쾌했던 인도네시아의 그녀들”
 
 
지난 두바이 출장이 즐거웠던 것은 팔 할이 그녀들 덕분이었으리라. 국적도 나이도 심지어 종교도 어느 것 하나 비슷한 게 없었지만 기자는 밝고 활달한 그녀들이 참 보기 좋았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쉴 새 없이 ‘셀피(selfie, 자가촬영사진)’를 외치느라 일정이 늦어지기도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렇잖아도 빡빡한 일정에 그녀들의 ‘셀피 타임’이 없었으면 기자또한 이 아름다운 곳에 더 머무르지 못했을 거다.

시간이 한 참 지나 두바이의 반짝이는 건물들이 기억에서 흐릿해져도 “코리안 세이 김치~”를 외치던 그녀들의 밝은 모습은 아마도 여전히 생생하겠지. 관광지에서 셀피 본능을 마음껏 발산하던 그녀들은 지루할 법한 호텔 인스펙션 중에도 멈추지 않았다. 럭셔리한 객실과 탁 트인 전망의 테라스를 배경으로 갖은 포즈를 잡아가며 사진을 찍더니 마침내는 잘생기고 어린(?) 호텔 매니저와 어마 무시한 단체 셀피에 도전했다.

시종일관 시끄럽고 유쾌했던 언니들부터 히잡을 둘러쓴 조용한 언니까지 핸섬한 호텔 매니저 곁으로 모여드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그녀들의 행동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이쯤에서 다시 느낀다. 여행의 진짜 묘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명소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시간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아닐까.

<2015년 11월 두바이, DMC-GM1>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