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23호]2016-01-22 16:17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강다영 -취재부 기자
 
“작지만 큰 행동, 신년계획”
 
 
 
어릴 적 기자는 연말이면 특별한 약속 없이도 당연한 듯 마음이 들뜨곤 했다. 실수 투성이었던 지난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더 멋지게 살아낼 거란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연말에는 무슨 영문인지 도무지 설레지 않았다. 올해와 내년이 다를 바 없을 거란 사실 때문일까, 아니면 지나가는 2015년이 아쉬워서 일까. 무덤덤하게 받아들인 연말은 곧 의미 없는 새해가 됐다. 특별한 계획 없이, 목표 없이 받아들인 2016년은 잠깐 주저하는 사이 1월의 끝자락에 와있었다.

뚜렷한 목표 없이 흘려보낸 1월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는지 또 얼마나 허무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코앞의 음식을 탐하고 발등 위에 떨어진 업무를 처리하며 당장 눈꺼풀 위에 내려앉은 피로만 생각하다보니 1월이 금세 소진돼 버렸다. 어쩌면 1월에 결심했던 것들을 3주간 꾸준히 실천했다면 한 달 이상, 삼 개월 이상, 일 년까지도 지속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그 일 년은 또 다시 기자의 삼년 후와 오년 후, 십년 후까지 연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자가 목적의식 없이 보낸 지난 1월을 뜬금없이 반성한 이유는 사실 기자만큼이나 ‘새해’를 예사롭게 받아들인 업계가 안타까워서다. 2016년을 맞이한 여행업계는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했다. 과거엔 호들갑을 떨었다는 게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행사들은 신성장동력으로 몸집을 키우겠다고 알렸으며 관광청들은 앞 다퉈 다가올 메가 이벤트들을 홍보했다.

신년 계획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지난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일 년 더 지속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난 해 만큼만 유지하는 것이 올해의 계획일 수도 있다. 그래도 ‘특별한 계획이 없다’ 말하는 여행업계가 못내 아쉽고 서운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취재수첩을 빌어 고백하건데 기자는, 2016년을 맞으면서 그 무엇도 계획하지 않았다. 당연히 무엇을 성취하겠다거나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딱 하나 마음먹은 것은 조금 더 나은 기사를 쓰겠다는 것. 물론 이것도 매우 어려운 계획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새해에 저질렀던 무모한 도전들을 되돌아보면 어쩐지 못마땅하다.

1년 치 헬스장을 끊고, 잡지 정기구독을 신청하며 온라인 영어회화 수강증을 끊는데 100여 만 원을 홀랑 써버린 2015년 1월의 기자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돌아보면 내세울 만한 ‘결과’는 없었지만 시작 자체로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었다. 헬스를 통해 근력운동의 즐거움을 알았고 정기 구독한 잡지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글을 섭렵했다.

그러고 보면 ‘신년계획’은 거창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해보고 싶은 것, 해내고 싶은 것 중 단 하나만 신년 계획으로 삼아도 앞으로 펼쳐질 1년이 풍성해지지 않을까. 아직 1월이다. 신년계획을 세우기에 늦지 않았다. 신년이라서 다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내년의 나는 올해의 나보다 훨씬 더 멋져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작지만 큰 신년계획을 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