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22호]2016-01-15 10:28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양심고백, 저는 몰카(?) 꾼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여행 기자를 부러워한다. 돈도 벌고 여행도 하고 공짜로 좋은 음식 먹고 좋은 호텔에서 잔다고. 99%는 사실이다. 내 돈 내지 않고 전 세계 유명 관광지와 호텔을 돌아다니며 관계자들의 대접을 받는 호사를 무엇과 비교할까. 그러나 세상 만물 모든 일에는 양면이 존재하는 법, 여행기자의 삶은 보이는 것처럼 드라마틱하지 않다.

특히 아무리 열심히 취재를 하고 텍스트를 만들어도 제대로 된 ‘사진’ 한 컷을 건지지 못했다면 그 기사는 꽝이다. 현장 분위기를 재현하고 기사의 입체감을 불러일으키는 사진 한 장은 여행지 소개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백하건데 기자는 ‘몰카’꾼이다.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담고 관광지의 숨겨진 모습을 포착하려면 어쩔 수 없이 몰래 찍고 도망가는 수법을 쓸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영 꺼림칙해 피사체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조차 두려웠지만 지금은 이렇듯 남들이 사진을 찍는 순간마저 내 사진으로 만들어 버린다. 양심에 찔리지만 도덕적으로 살기에 여행기자의 삶은 너무나도 팍팍하다.


<2010년 3월 하와이 오하우 와이키키 비치. EOS650D>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