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22호]2016-01-15 10:28

[칼럼] 박종필 PAA그룹 회장





“서비스는 기쁨의 배려다”
상품 뿐 아니라 최고의 즐거움과 기쁨을 함께 팔 것
 

 
서비스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굳이 표현하자면 관심을 가지고 염려해 주는, ‘배려(配慮)’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서비스는 여러모로 마음과 신경을 써서 불편한 점이 없도록 베푼다.’라는 속뜻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가끔 강의를 하러 간 자리에서 청중을 향해 “서비스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한다. 그러면 ‘손님한테 잘해주는 거요.’ 혹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처리해주는 거요.’ 등의 답변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이 즈음 필자는 다시 질문 한 가지를 더한다. “그렇다면 서비스의 근본은 무엇일까요?” 서비스는 쉬운 질문이고, 서비스의 근본에 관한 질문은 어려워서일까? 근본을 운운하며 좀 더 깊이 들어가는 질문에 청중은 그만 말문을 닫아버리기 일쑤다.

서비스가 ‘배려’라는 것을 좀 더 쉽게 비유해 보자.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던 때를 떠올려 보자. 혹시 (그)그녀의 나이에 맞춰 장미꽃을 사들고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리거나 어쩌다 그녀가 벤치에라도 앉을라치면 얼른 손수건을 펴서 깔아주지 않았는가.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우리는 그 사람 생각으로 하루를 보낸다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말하며 진심으로 사랑하고 배려한 기억들이 있다.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 역시 그런 사이다.

고객은 사랑과 배려에 상당히 민감하며 사랑이 식는 것도 잘 참아주지 않고 먼저 다가오지도 않는 집단이다. 그러나 서비스 제공자는 고객에게 먼저 다가서서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어야 하며 절대로 그 열정이 식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침내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그 기대치까지도 훨씬 뛰어 넘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서비스 제공자는 고객의 머릿속에 아주 강하게 각인시킬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진실의 순간, 말만 들어도 왠지 가슴이 꽉 차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말은 스칸디나비아항공사(SAS)의 사장 얀 칼슨(Jan Carzon)이 제일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 우리가 한 회사, 혹은 그 회사의 직원을 처음 본 순간, 그에 대한 인상이 머릿속에 깊이 박히는 때를 의미한다.

즉 고객의 중요한 인식의 순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식이란 사물을 분명히 분별하고 판단하여 이해하는 마음의 작용이다. 인간이 처음 사물이나 사람을 보고 인식하게 되기까지는 0.6초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 시간 안에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그 다음엔 고객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서비스를 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고객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서비스 제공자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며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자부심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는 결코 상품이나 재화만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과 더불어 이 세상 최고의 즐거움과 기쁨을 함께 팔아야만 한다.


 
*본 칼럼은 2008년 발간된 박종필 대표이사의 저서, “서비스 세상을 바꾼다”의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
 
 
who?

충남 보령의 한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내는 동안 항해사가 돼 원양어선을 타고 망망대해를 누비고 다니는 것이 꿈이었다. 우연히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사 공채모집에 응시하고 합격한 것이 계기가 돼 하늘의 사나이로 살고 있다. PAA의 대표이사로 현재 전 세계 유명 외국항공사의 한국 마케팅, 판매, 영업 등을 총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