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21호]2016-01-08 11:06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김문주 - 취재부 차장
 
“잘 됐던 적 없습니다. 그러니 괜찮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뒤숭숭하다. 한 해가 닫혔고 한 해가 열렸는데 새롭고 들뜨고 신나는 기분은 좀처럼 찾을 수 없다. 기계적으로 시무식을 열고 올해 목표를 점검할 뿐 하는 일은 비슷하다.

새해 목표를 세우지 않고 새해 다이어리를 따로 구매하지 않으며 공들인 새해맞이를 하지 않았던 것이 언제부터일까? 아마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 해 어느 덧 연차가 쌓이면 한 해가 바뀌어도 나이만 한 살 먹을 뿐 일상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대적인 사업 계획 발표나 직원들을 독려하는 시무식은 드물다. 다들 조용히 업무에 복귀하고 바로 구정 연휴를 준비한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젊은 CEO들도 올해 더 열심히 하겠다는 열정을 비치기 보다는 조용히 버티겠다고 말한다. 시장을 알고 속내를 아는 지인으로써 안쓰럽고 답답하다.

신년특집호를 제작하면서 취재부 또한 예년과 다른 시장의 분위기를 감지했다. ‘올해는 정말 더 어려울 것이다.’ ‘A
업체는 이러다 문 닫을 것 같다. B업체는 반년 째 지상비 미납이 계속되고 있다.’, ‘연말 행사도 그렇지만 신년 사업 발표 행사도 줄었다.’ 등 간혹 모여서 나눈 얘기들이 전부 다 부정적이다. 희망고문은 나쁜 것이지만 이렇게 죽은 듯 지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개인적으로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지난 해 1,900만 명에 달하는 한국인이 해외로 출국했다. 2012년 이후 한국인의 해외 출국은 단 한 번도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지방 출발 여행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2015년 본지 결산호 기사에 언급한 것처럼 한 해 2,000만 명이 출국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어쩌면 해외여행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해외OTA와 LCC들이 끊임없이 시장에 진출하며 서로 경쟁하는 지금이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 위기를 위기라고만 여기고 생존에 급급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숨어 지내면 남는 것은 도태일 뿐이다.

평소 존경하는 업계 관계자가 고민하는 기자에게 스치 듯 말한 적이 있다. “언제 좋았던 적은 있어? 크게 먹으려고 하니까 어렵다는 거지.” 올해 우리 업계 또한 ‘어렵다’, ‘힘들다’를 버릇처럼 입에 달기 전에 위기임에도 다시 한 번 달리고 다시 한 번 미친 척 도전하는 생생한 모습을 보고, 쓰고 싶다. 꾀 많고 재주많기로 유명한 원숭이의 능력을 이어 받아 올 한 해 모두들 건승하시길 진심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