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21호]2016-01-08 10:51

하이난 여행시장 별 다른 비전 없어 ‘깜깜’
동남아나 중국 대비 높은 상품 가격 고객 컴플레인
목적지 즐길거리 부족, 리조트 휴양 및 골프 단조로워
 
 
겨울 성수기를 맞은 하이난 여행시장의 표정이 밝지 않다. 특히 생각보다 비싼 여행상품 가격에 의문을 품은 소비자들의 질문 공세가 담당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최근 40명 이상의 단체 유치 차 상담을 진행했던 서울 소재 대리점여행사의 한 대표는 고객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마라톤 회의를 거듭했다고 밝혔다. ‘하이난=중국’ 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힌 고객들이 여행상품 가격이 흡사 장거리와 비슷하다며 목적지 변경을 요구한 탓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하이난 상품의 가격차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목적지 특성 상 구매력이 있는 중장년층 고객들이 타깃임에도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나온다. 온도차도 심하다.

티몬이나 쿠팡 같은 소셜 상에서는 1인 기준 55만 원에 불과한 하이난 상품이 대형여행사의 홈페이지에서는 1백만 원 이 넘는 고가로 책정돼 있다. 조금만 손품을 팔아보면 여행사의 상품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더욱이 소셜 상의 하이난 상품 또한 여행사와 마찬가지로 5성급 호텔, 무제한 골프 등의 특전을 내걸고 있어 일반 상품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특급 리조트를 이용하고 무제한 골프, 골든카드 증정 등의 혜택으로 무장한 뒤 150만 원까지 가격이 치솟는 대형사의 상품이 안쓰러울 정도다.

한 때 ‘동양의 하와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하이난은 현재 항공사들의 노선 운휴와 목적지 개발 부족 그리고 고객 관리 실패 등 여러모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여름, 겨울 성수기 시즌에 항공사들이 몇 편의 차터 형식으로 좌석을 공급하고 있지만 다른 목적지 대비 성적은 신통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사의 신규 취항 이전에 평균보다 절반으로 떨어진 AD 상품이 출시되는 등 업계의 대처능력도 무모한 편이다. 관계자들은 2~3년 전 하이난 섬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여행업계가 장기적인 전략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무작정 저가 상품을 출시하며 생명 유지에 골몰한 탓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지금은 대부분 발을 뺀 수많은 현지 리조트들의 행보가 이 같은 어려운 시장 상황을 대변하는 증거다. 다수의 하이난 소재 리조트들은 한국 시장 진출이나 GSA 개소 등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며 단독 계약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관계자는 “하이난은 여행목적지로서 경쟁력이 높지 않다”며 “해변이 있지만 괌-사나 하와이 등에 비하면 유치원 수준이다. 골프나 관광, 트레킹, 온천 등 즐길거리는 동적인 편이다. 고급 리조트가 밀집해 있고 리조트의 시설이나 서비스는 탁월하지만 한국의 젊은 여행자들은 대부분 숙소에 머물지 않는다”며 “현지에서도 좋은 방 대부분은 로컬 수요나 외국인들에게 먼저 제공한다. 주로 휴양과 골프를 즐기는 목적지인데 시장 초기부터 마케팅에 실패했다. 지금으로서는 큰 기대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