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20호]2015-12-24 14:11

[칼럼] 김빛남 세이셸관광청 한국/일본사무소장






인문학과 마케팅이 만났을 때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응답하라”
 
 

최근 들어 TV광고를 볼 때 맨 마지막 화면이 나오기 전까지 어떤 회사의 광고인지 궁금해질 때가 많아졌다. ‘사람을 향합니다’, ‘진심이 짓는다’, ‘행복제조공장’ 등 카피만 보면 어떤 기업의 광고인지 명확하게 가늠하기가 힘든 탓이다. 어느 순간부터 제품의 새로운 기능이나 디자인, 건설사, 통신사의 기술력보다는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광고의 주요 메시지가 되고 있다.



요사이 여행 뿐 아니라 음식점과 쇼핑 등 분야를 막론하고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가성비’다. 대중이 가성비를 판단할 때 단순히 지불한 가격과 상응하는 물질적 기능이나 효용만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는 가치가 정량화할 수 없는 평가요소 중 하나이다. 관광 목적지나 여행상품도 마찬가지. 1천 8백만 명이 여행하는 시대,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제 소비자들은 여행 목적지의 가치와 여행상품이 주는 종합적인 가치를 판단하고 그에 상응한 대가를 지불한다.



여행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가치, 즉 여행자에게는 어떤 영감을 줄 수 있고 아이들에게는 어떤 교육 효과가 있으며, 얼마나 차별화된 경험을 줄 수 있는지가 소비자에게 전달돼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목적지일수록 특히 그렇다. 세계적인 기업의 광고에서 자동차의 주행능력이나 바느질이 잘됐다거나 하는 내용의 1차적 메시지를 찾아볼 수 없듯이 말이다.



이를 위해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자연주의 과학과 상반되는 개념으로 인간의 가치 탐구와 표현 활동에 주목하는 역사와 철학, 종교와 예술 등을 아우르는 학문이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관광 목적지의 포지셔닝, 여행 트렌드에 맞춘 여행상품, 효과적인 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의 공감을 얻는 데에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시대성과 통찰력 그리고 창의성이 필요하다.



‘사람을 향합니다’는 통신사의 광고는 통신기술의 뛰어남보다는 그들 서비스의 존재와 발전 자체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내세운다. 한 건설사는 ‘진심이 짓는다’는 카피를 통해서 투자나 심적 안정을 위한 ‘부동산’이 아닌, 우리 가족이 머무는 ‘집’에 주목한다. ‘행복제조공장’이라 어필하는 세계적인 음료수 회사는 그들이 사람들에게 주는 가치는 행복이라 말한다.




근래 항공사나 관광청뿐 아니라 여행사에서도 인쇄매체를 넘어 TV나 라디오 광고를 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한 목적지나 회사에 대한 광고 문구뿐 아니라 여행상품의 소개 문구나 제목, 테마 등에서도 작은 문구의 변화가 큰 감성의 자극이 될 수 있다.



문명의 고도화, 정보의 홍수, 사회적 경쟁이 치열할수록 시간이 거꾸로 가는 듯한 느린 삶을 지닌 곳이나 태곳적 자연을 보유한 곳을 부각한다거나, 젊은 세대들이 다양한 꿈을 꾸도록 만드는 여행, 문화·종교·역사적 답사를 통한 자아 성찰을 줄 여행 등,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응답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의 방문 ‘의도(intention)’를 ‘행동(action)’으로 바꿀 수 있다.
 


 
who?
지난 2007년부터 세이셸관광청 한/일 사무소장, 2012년부터 레위니옹관광청 한국사무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저서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세이셸 (2013) : 에디터북스>가 있다. 자신이 담당하는 일과 목적지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치는 리더로써 지인들 사이에서는 ‘세이셸의 딸’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