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17호]2015-12-04 11:19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권초롱 - 취재부 기자






“달리는 말에 채찍질보단 쓰담쓰담 어떨까요?”
 
 


다사다난했던 한 해의 마지막 달력을 남겨놓고 여행업계는 분주한 모습이다. 2015년 한 해를 정리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2016년을 준비하느라 서류와 전쟁 중인 관계자들도 여럿이다.


매년 예기치 않게 터지는 복병에 휩쓸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전진했던 여행업계 관계자들의 노고는 결과가 어찌됐건 포기하지 않았던 그 과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목표달성이라는 정상을 향해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경영진이건 이탈자 없이 모두 함께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안팎으로 애썼던 실무진이건 뒤쫓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쳤을 말단사원이건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적은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올해 승승장구한 관광청 관계자를 만나 내년도 계획을 물었다. “올해 생각보다 너무 잘 돼 내년이 걱정”이라는 그의 말에 누군가에겐 배부른 소리일 거라고 손사래를 쳤던 기억이 있다. 그러자 그는 “내년에 올해만큼 성장할 자신이 없는데 본청에선 올해보다 더한 성과를 기대한다. 이 또한 엄청난 부담”이라고 소위 일인자의 고충을 토로했다.


올해 모두가 힘들었던 만큼 그의 얘기가 배부른 자의 푸념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으나 한 해를 정리하는 순간 그의 고충을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우리나라 속담 중에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라는 말이 있다. 기세가 한창 좋을 때 더 힘을 가한다는 말로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더욱 잘하도록 권장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속담에는 이와는 성격이 180도 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힘껏 하는데도 자꾸 더 하라고 한다는 뜻. 기자가 만났던 관광청 관계자에게는 아마도 “내년에도 기대할게요”라는 말이 두 번째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연말을 코앞에 두고 업계는 가라앉은 분위기다.


일부 여행사는 눈물의 인원 감축에 들어서거나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다. 겉으론 별다른 타격이 없어보였던 여행사들의 속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적 부진 속에 소위 직원들을 쪼고 긴축경영에 들어선 업체들도 많다.


힘을 내서 상황을 타개하자는 윗선의 타이트한 경영방침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러나 ‘달리는 말에 세게 채찍질을 하면 되레 말이 멈출 수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잘하자’라는 말에 앞서 ‘한 해 동안 잘해왔어’라는 칭찬이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업계 종사자들 모두에게 더욱 힘이 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