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16호]2015-11-26 16:36

[칼럼] 배인호 (주)트래볼루션 대표






인바운드 여행시장에서


스타트업으로 살아남기
 


 
올해 달력도 이제 한 장이 남았다. 어느덧 내년이면 사업에 뛰어들어 서비스를 운영한지 3년차가 된다. 기업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탓에 첫 시작 보다는 편해졌고 감사하게도 손님 또한 느는 추세다.


필자가 운영하는 서울패스는 궁극적으로 인바운드 여행시장에서 항공과 숙박을 제외한 티켓, 투어, 액티비티를 중계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자는 비전과 함께 시작했다.

직접 상품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좋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공급자를 끌어오고 회사는 서비스를 알리는 일에 집중해 손님을 보내주는 역할을 의도했다. 풀어 말하면 소셜커머스나 오픈 마켓과 같은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인 셈이다. 3년 전 사업 초기에는 업무에 대한 영역보다는 소위 발품을 파는 것이 더 힘들었다.


좋은 공급자를 찾기 위해 생면부지의 여행사나 관광지를 방문해 상품을 공급받아야 했지만, 실제 고객이나 실적이 없어 계약이 어려웠다. 특히 FIT여행객을 상대로(오프라인도 온라인도 아닌) ‘모바일’로 상품을 유통하겠다고 하니 더더욱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매번 고객을 먼저 만들고 다시 오라는 친절한 거절을 들었다.


팔 수 있는 상품이 없는데 어떻게 고객에게 플랫폼을 홍보할 수 있을까? 그 당시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지루한 고민의 연속이었다. 일일이 발로 뛰고 크고 작은 문제 해결에 연연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조금씩 일에 대한 전문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서울패스의 문제는 ‘컨텐츠’ 즉 지속적인 먹거리 개발에 있다. 여행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오퍼레이션을 줄이는 일이 지향점인 탓에 티켓이나 공연 등 티켓 상품을 중계하는 일은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투어(국내여행)의 경우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인바운드 시장은 소위 ‘데이투어(현지투어, 워킹투어)’라 불리는 해외 상품과 같이 특정 스팟에서 모여 출발하는 개념이 아니라 아직도 고객이 머무는 호텔에서 손님을 픽업하는 과정부터 시작된다. 결국 매일 매일 각 고객을 픽업하는 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불편이 생기고 유통할 수 있는 상품에 한계가 생긴다.


다행히 최근에는 ‘명동역 2번 출구 출발’ 등 특정 스팟에서 모여 출발하는 상품을 운영하는 여행사가 생겨나고 있다. 근래에 제휴거래를 진행한 신생 여행사의 경우 작년에는 손님이 1명이라도 매일 출발하는 투어 상품을 꾸준히 운영한 결과 이제는 많게는 일일 100명이 모인다고 했다. 이처럼 국내 인바운드 시장은 해외 아웃바운드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수요 증가와 함께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상생하며 성장할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라 힘이 난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중국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서울패스와 같은 중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겠지만 이는 곧 인바운드 FIT 시장이 그만큼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고 가능성 있는 사업임을 입증한다. 필자 또한 지금까지 인바운드 시장에 대한 믿음으로 버티고 있다. 흔히들 스타트업은 희망을 먹고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곧 희망 뿐 아니라 밥도 먹고 조금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 끝으로 그간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시고 관심을 주신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