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16호]2015-11-26 16:35

[B컷 포토 에세이]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응답하라 2000”
 
 

누구나 과거의 추억이 있듯 기자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풍족했던 90년대에 태어난 기자는 요즘 유행하는 ‘응답하라 1988’의 디테일이 썩 와 닿지 않는다. 다만 정겹고 익숙한 분위기와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왠지 애틋한 80년대 감성이 마음에 들어 드라마를 시청한다.


어쩌면 드라마도, 여행도 같은 이치 아닐까. 살아보지 않았지만, 겪어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익숙한 풍경과의 만남을 위해 우리는 움직인다.


사진은 타이베이 인근의 싼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족인지 이웃인지 알 길 없지만 어릴 적 보던 옛날 오락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이 꽤나 뭉클했다.


돈의 가치도 잘 모르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언니, 오빠들이 꼭 저렇게 생긴 오락기에 동전을 집어넣고 오락을 하던 것이 참으로 신기해 보였다. 나중에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나서도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지만 20년 가까이 지나 다시 만난 오락기는 순식간에 나를 90년대로 데려다 줬다.


신기한 일이었다. 여행은 이따금씩 또 다른 시간여행으로 나를 이끈다.
<2015년 10월 타이베이, DMC-GM1>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