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15호]2015-11-20 13:53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강다영 - 취재부 기자




“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가치를 찾아낸다는 것”
 

 
최근 기자는 본지 코너 중 하나인 ‘이슈엔토크’를 진행한 바 있다. 메르스 이후의 서울관광을 다뤘는데 기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정리하던 중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관광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그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을.

사실 깨달음의 씨앗은 서울관광인 한마음대회의 토론자로 참석한 한 외국인 유학생의 말이었다. “지하철역 출구에 가까운 명소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한 마디는 이미 인프라가 충분함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치 못하는 서울시에 일침을 놨고 자리에 함께한 수많은 관광업 종사자들의 ‘탁상여행(卓上旅行)’을 비웃었다.

어눌한 발음의 한국어였지만 그 어떤 토론자들보다도 가장 도움 줄 수 있는 의견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의 말마따나 서울은 여행에 최적화 된 도시다. 촘촘한 교통망과 어디서든 연결되는 무선인터넷, 관광지는 어찌나 고맙게도 다 몰려있는지. 단체관광은 또 어떻고. 입장료 저렴한 4대궁에 서울 시내 곳곳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랜드마크가 즐비하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1,400만 명의 외국인이 방문하는 국가가 됐다. 그들의 방문 목적이 무엇인지 몰라도 우리는 언제든지 그들을 관광객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한 취재원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이드를 무척이나 잘 활용하는 업체의 이야기였는데 해당 업체는 소속 가이드에게 일정 중 반드시 1회 이상 여행자와 함께 식사를 하도록 지시를 한단다.

가이드는 식사시간 중 대화를 통해 여행의 만족도나 개선사항 등 상세한 피드백을 얻고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해 회사에 제출한다. 해당 업체는 보고서를 토대로 여행자 빅데이터를 만든다고 한다. 비슷한 성격의 여행자들이 무엇을 선호하고 어떤 것을 보고 싶어 하는지 계속해서 조사·분석해 트랜드를 읽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아웃바운드 여행사 통틀어 가이드를 이렇게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 있을까. 지하철을 개별관광객 증가의 주역으로, 평범한 가이드를 최고의 통계원으로 가치를 높이는 일은 이처럼 당연한 듯 있어왔던 것들의 가치를 다시 알아봐 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여행의 가치, 목적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새로운 아이디어 뿐만 아니라 가진 것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치를 찾아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