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15호]2015-11-20 13:08

중국·동남아 강제적 선택관광 근절 가능할까?





폐지 및 대체일정 합리화 추진…내년부터 시행
업계 신뢰도 상승 VS 탁상행정 논란 불가피
참여여행사 자율시행, 강제성 없어 실효성 의문
 


 
“걸어갈 수 없어 케이블카 타야하고 저녁에 일정 없으니 마사지 숍 가야하는데 옵션이라고 말하는 것이 우습다” VS “저가상품만 찾으면서 옵션을 모두 일정으로 추가하면 결국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다. 옵션은 옵션일 뿐이다. 여행사 스스로 꼼수를 늘리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동남아 여행상품의 그릇된 선택관광 운영방식이 오는 2016년 1월 1일부로 전면 개선된다. 상품 질 개선이라는 여론의 기대감과 달리 여행업계에서는 이번 제도가 허울뿐인 탁상행정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국관광공사(사장 정창수), 한국소비자원(원장 한견표), 한국여행업협회(회장 양무승·KATA)는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 제도에 자율적으로 참여해 온 12개 여행사(이하 참여여행사)와 함께 중국·동남아 여행상품에 대해 ‘미 선택 시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선택관광의 폐지 및 선택관광 대체일정 합리화’ 방안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는 지난해 7월 15일 시행된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 제도 시행’의 2차 개선안으로 저가상품이 일반화된 중국 및 동남아 상품의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향후 소비자가 현지에서 원치 않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반 강제적 선택관광들은 전면 폐지된다.

일례로 중국 장가계 여행 중 천문산 케이블카 탑승이 대표적인 강제성 선택관광으로 꼽힌다. 현재 대부분의 패키지 상품은 천문산 케이블카 탑승을 선택관광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케이블카에 탑승하지 않으면(즉 선택관광을 거부하면) 천문산 자체를 올라갈 수 없어 여행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

관광공사와 소보원 등이 지적하는 것은 이처럼 필수 일정을 옵션으로 표기하고 현지에서 고객들의 추가 비용을 걷는 행위들이다. 이번 시행으로 업계는 미 선택 시 일정에 차질을 빚는 선택관광을 아예 폐지하고 상품 일정에 정식으로 추가해 운영하게 된다. <표 참고>

선택관광 항목으로 일반화된 마사지, 각종 쇼 관람, 시티투어 또한 기본 일정이 완료된 이후 또는 자유시간에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 일정 중간에 선택관광의 진행이 불가피할 경우 구체적인 대체일정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소비자가 선택관광을 선택치 않을 경우 ‘차량 대기’, ‘주변 휴식’ 등으로 대체되는 일정에 대해 구체적인 장소나 별도의 휴게 공간을 마련해 자유일정을 진행토록 해야 한다.

예컨대 소비자가 상하이 동방명주타워 선택관광을 선택치 않을 경우 ‘정대광장 주변 공원 자유시간’ 등으로 구체적인 장소를 제시하고 가이드의 안내가 뒷받침돼 소비자가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는 별도의 여행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제도 시행 관련, 다양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개선안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여행사 실무진들의 입장은 주로 부정적이었다. 더욱이 제도에 대해 내부적으로 전달받지 못한 여행사 관계자들도 많아 향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 여행사 과장은 “이번 개선안에 대해 알고 있는 사항이 없다. TV 뉴스를 통해 관련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시행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상품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난색을 표했다.

또 다른 여행사 실무진은 “여행객들이 먼저 저가상품을 찾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담 시 타 여행사의 상품가격과 비교하는 것은 애교수준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선택관광을 필수일정에 포함시키면 상품가격은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옵션을 특전으로 바꾸거나 이름만 교묘히 바꿔서 데이투어 상품을 론칭하는 등 결국에는 제 살 깎아먹는 경쟁만 하게 될 것이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조치가 강제성이 없는 자율시행이며 관광공사, 소비자원, KATA의 관리·감독이 느슨한 만큼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KATA 측은 “협회는 소비자들이 여행업계에 대한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이번 개선안 또한 이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저가패키지를 근절시키고 여행시장의 선순환을 위해선 여행사의 자정의지가 중요하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번 개선안에 참여하는 여행사는 △내일투어 △노랑풍선 △레드캡투어 △롯데관광 △모두투어네트워크 △여행박사 △(주)세중 △참좋은여행 △투어2000 △하나투어 △한진관광 △현대드림투어(업체명 순) 등 12개사다.

권초롱 기자 titm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