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14호]2015-11-13 10:41

[B컷 포토 에세이]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베를린은 ‘커리부어스트’다”
 


생긴 것도 단순하다. 특별히 어려운 레시피도 아니니까 따라 만들기 쉽다. 재료들은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동네 슈퍼에 가서 굵은 소시지를 사고 케첩과 마요네즈를 챙기고 카레 가루는 일찌감치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감자튀김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살짝 챙겨오고, 편의점에서 독일 산 맥주도 샀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행복한 표정으로 소시지를 굽고 감자를 비치하고 소스를 뿌린다. 자 이제 먹자! 하나, 둘, 셋. ‘아, 이 맛이 아니다.’



여행은 거창하지 않다. 사실은 매순간 호탕한 웃음이나 아찔함 보다는 소소한 즐거움이 더 남는다. 일주일 넘게 주요 관광지와 인기 스팟들을 둘러봤음에도 베를린에서 가장 간절한 것이 소시지인 것처럼 말이다.



너무 좋거나 너무 대단하거나 지나치게 행복하다고 여행을 포장하는 것은 초보들이나 하는 일이다. 떠나는 것도 마찬가지. 굳이 큰 목표나 상세한 계획을 세우고 무슨 의식을 치르는 것 마냥 무겁게 떠날 필요가 전혀 없다. 가볍고 적당하게 그냥 지금 바로 떠나라.
<2015년 9월 베를린, EOS650D>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