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9호]2015-10-12 09:22

[칼럼] 김빛남 세이셸관광청 한국/일본사무소장




‘넛지’ 마케팅으로 고객을 붙잡는 방법
가장 높은 가격과 낮은 가격 사이를 파고들 것
 
 
마케팅 이론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 중 하나가 ‘넛지(Nudge)’ 이론이다.

넛지는 “팔꿈치로 살짝 쿡 찌르다, 슬쩍 건드리다”라는 뜻. 풀어 말하면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동기부여나 선택의 구조로서 상대방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종종 행동과학과 정치이론, 경제학에 등장하기도 하는데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영국 데이빗 카메룬 총리도 정치적 여론을 위해 ‘넛지’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넛지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는 사례가 암스테르담 공항 화장실의 남자 소변기다.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이는 아이디어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선택을 하는 데 종종 어려움을 느끼며 부적절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런 순간에 넛지를 활용하면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결정을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일례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대개 3개의 다른 가격 구조(또는 저장량)로 론칭된다. 데이터나 저장량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한 사람들은 가장 큰 용량이나 적은 용량을 선택하겠지만, 그에 대한 개념이 부족할 때에는 중간 것을 선택한다. 가격 면에서도 최상위의 것은 부담스럽고 가장 저렴한 것은 무언가 부족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중간 대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소비자들은 비교적 현명하고 똑똑한 소비를 했다고 스스로 믿는다.

‘넛지’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지만 여행업계에서도 같은 현상이 있다. 홈페이지 상의 팝업 창이나 특선상품을 모아놓은 코너, 기획전 등이 고객의 선택을 슬쩍 자극하는 개념이다. 패키지 중에서도 상, 중, 하의 가격대 호텔을 고르게 제시하면 오히려 ‘중’ 상품을 집중 홍보하고 추천하는 효과를 입는다.

만약 특수한 패키지 상품의 경우 가격대나 구성이 많지 않더라도 상-하위에 다른 가격 조건을 배치함으로써 예약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유사한 컨셉이나 성격의 목적지를 동시에 제안할 때도 마찬가지다.

추가로 높은 금연율에 대한 뉴스가 더 많은 금연을 유발하는 것처럼 ‘예약 xx % 완료’ , ‘예약마감임박’ 등의 공지로서 망설이는 소비자의 결정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넛지’의 이론을 처음 확립한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은 넛지를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설계의 기술선택을 이끄는 부드러운 힘’이라 정의한다. 넛지는 소비자를 보다 현명한 선택으로 이끄는 동시에 기업에게도 윈-윈할 수 있는 선택설계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마케팅에 있어 금액에 대한 푸념을 자주 한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사례처럼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 광고나 프로모션이 아닌, ‘넛지’를 감안한 상품의 재배열과 문구의 변경, 가격 정책의 변화만으로도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who?

지난 2007년부터 세이셸관광청 한/일 사무소장, 2012년부터 레위니옹관광청 한국사무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며 저서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세이셸 (2013) : 에디터북스>가 있다. 자신이 담당하는 일과 목적지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넘치는 리더로써 지인들 사이에서는 ‘세이셸의 딸’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