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8호]2015-09-25 10:22

B컷 포토 에세이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순간”
 
 
혼자서 혹은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은 출장지에서는 아쉬운 게 참 많다. ‘이렇게 멋진 곳을, 맛있는 음식을, 재미난 것을 나의 연인, 가족, 친구가 아닌 혼자서 즐기고 있다니.’

사진을 찍은 날도 마찬가지였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가득한 멜버른 아케이드에서 장난을 치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가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인형들을 구경하면서 깔깔 대는 모습이 꽤나 부러웠다. 그들이 무슨 사이인지,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둘에게서 풍겨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저들만의 멜버른이 궁금해졌다.

‘나는 한국에서 온 기자인데 여기서 너희를 찍고 있다. 너희는 혹시 오늘 데이트를 하러 온 거니?’ 묻고 싶었지만 감히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고 소심하게 사진으로 박제하는 것에 그쳤다.

출장지에서 만나는 수많은 스치는 인연들이 가끔은 놀랍고 새삼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어제만 해도 우리는 죽을 때까지 마주칠 수 없을 운명이었을 텐데’하고. 어쩌면 여행을 곱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치는 명소 사진도, 기념품도 아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혹은 그 사람들과의 기억일거다.

<2015년 6월 호주 멜버른, LUMIX GM-1>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