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7호]2015-09-18 10:23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강다영 - 취재부 기자




“공짜 서비스의 덫”
 
 
‘상담만 받고 실제 구매는 다른 곳에서 한다.’


취재를 다니며 종종 듣는 업계 종사자들의 단골 푸념이다. 주로 전문여행사의 지역 담당자를 만날 때 더 자주 듣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상 그런 얌체가 없다.



일면식도 없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세부 일정을 다 짜서 보내줬더니 그대로 잠수를 타고, 마치 예약할 것처럼 온갖 문의에 여행 자료를 요청하고는 마찬가지로 자취를 감춘다.



물론 전부가 이렇다는 건 아니고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래도 일부 얌체족들이 여행업 종사자들에게 선사하는 뒤통수는 파급력이 꽤 크다. 여행자 본인도 알다시피 여행 스케줄을 짜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크게는 출·도착 시간부터 항공 스케줄, 숙소 타입을 정해야 하고 작게는 보고 싶은 관광지와 맛 집 정보를 비롯해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동선까지 고려해야 한다. 여행지에 대한 지식 없이 하루, 이틀 투자로는 여행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은 자기 입맛에 꼭 맞는 여행일정을 원한다. 여행사 역시 이 같은 수요를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무료로 상담을 해주고 고객에 맞는 상품을 추천한다. 특히 개별여행 전문사에서는 예약금 없이 단 한 명을 위한 일정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간단한 상담 정도는 고객 유치를 위한 서비스가 될 수 있겠지만 단 한 명을 위한 1인칭 시점의 상담 및 견적까지 무료인 것은 여행사 서비스의 가치를 지나치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행사가 잘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안타까워서다.



여행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정보와 서비스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하는 것이 얼마나 애매하고 어려운지는 알고 있다. 그래도 업계 관계자로서 여행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이 당연하게 무료로 거래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주목받는 ‘큐레이션(Curation)’은 여러 정보를 수집, 선별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서비스다. 즉 이미 있는 정보들을 보기 좋게 편집해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런 서비스가 주목받는 마당에 하물며 개인의 축적된 노하우로 만들어진 양질의 여행정보가 아무런 대가없이 제공된다니.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만들어진 여행정보의 가치가 ‘공짜 서비스’라는 덫에 걸려 평가 절하되는 느낌이다. 단기적으로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여행정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콧대 높아져야 한다. 높아진 콧대만큼 정보의 수준도 함께 높아져야 할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