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5호]2015-09-04 10:35

[취재수첩][광화문 연가] 김문주 - 취재부 차장





“늑대를 잡는 방법”
 
 


출장 차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짧은 동화가 있다. 온라인상에서 이미 유명한 스토리인데 제목은 “에스키모인들은 힘들이지 않고 늑대를 잡는 방법을 알고 있다” 쯤 된다. 짧게 설명하자면 인간이 늑대를 사냥하기 위해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추운 겨울 얼음 틈에 칼을 세워놓고 칼에는 늑대가 좋아하는 단 것(혹은 미끼)을 발라 놓으면 단 맛을 보기 위해 혀로 칼을 끊임없이 핥던 늑대가 결국은 과다출혈로 죽는다는 얘기다. 결국 나를 파괴하는 것은 외부의 적이나 무한 경쟁 따위가 아니라 그리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나쁜 습관이나 안일함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피가 나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고 단 것을 탐하는 늑대의 모습은 현대인과 닮아있다. 당장의 단 맛에 취해 멀리 보지 못하고 그만둬야 할 때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비약일 수 있지만, 우선 수익을 남기고 우선 이 손님부터 처리하고 우선 좌석부터 채워야 한다는 여행기업의 논리와도 어쩐지 많은 부분과 비슷하다.



여름 성수기가 끝나고 여기저기서 위기설이 제기된다. 가을과 겨울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중견사 이름도 많이 나오고 늘 그렇듯 몇몇 여행사는 자금난에 시달려 실제 경영사정이 엉망인 곳도 있다. 물론 대형사라 해서 상황이 순조로운 것은 아니다. 밖으로 보이는 모습은 안정적일지 모르나 내부 직원과 임원들 간의 갈등이 크고 서로를 믿지 못하며 미래를 불안해한다. 개별여행자가 늘고 해외 OTA의 공략이 거세지면서 여행사를 이용하는 고객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있다.



그나마 패키지 수요와 중장년층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개별 수요의 빈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그네들이 언제까지 여행사 깃발부대를 자청할지는 모를 일이다. 뻔히 보이는 위기와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도 우리 여행사들은 과거의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단 맛에 하염없이 취한다. 추석 시즌 저렴한 단거리 상품으로 수익을 보존하려 하고 이익이 없는 항공사의 전세기 운영에 반기를 들지도 못한다.



대리점 관리는 허점투성이고 시즌을 앞서는 전략 보다는 당장의 광고 집행과 기사 게재에 집착한다. ‘시장이 어렵다’, ‘여행사는 힘들다’ 정도의 되풀이나 하소연 말고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먼저 앞서 나가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남는 것은 과다출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