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3호]2015-08-28 10:27

[칼럼] 배인호 (주)트래볼루션 대표
“국내 거주 외국인 180만 명 위한 여행 서비스 필요해”
 

필자에게는 3년째 한국에서 거주중인 브라질 유학생 친구가 한 명 있다. 거주 기간이 길다 보니 한국어도 유창하고 한국 문화와 생활에도 익숙한 친구이다. 최근 이 친구가 여름휴가로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기에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며 국내 여행사들의 주요상품을 나름 추천해줬는데 결국 이 친구는 해외 OTA를 통해 항공과 숙박을 예약하고 개별적인 여행을 떠났다.

2015년 4월 기준 유학생, 근로자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이 180만 명이나 된다. 국민 30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어느새 TV에서는 한국어가 유창한 외국인들이 심상치 않게 등장하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가벼운 예능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한국어가 유창한 외국인의 출연과 그들의 활약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일상적인 것이 됐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수요가 생기면 공급 업체들은 바빠지기 마련이다. 다양한 산업 군에서 이러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위한 편의 서비스를 개발 및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결제 서비스에서는 외국발행 카드 사용이 점차 허용되고 있으며 G마켓, 11번가 등 오픈 마켓에서도 외국인을 위해 영어로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에서는 앞 다퉈 외국인 전용점을 개설하고 해외 송금 수수료가 할인되는 국내 거주 외국인 전용 통장 상품을 출시하는 등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본론으로 돌아오자. 그렇다면 국내 여행사들은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위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을까?
다수의 여행사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외국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한국어가 유창한 외국인이 이용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온라인 결제 단계에서 상품 구매를 포기하고 만다. 해외 발행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페이팔(Paypal) 등 글로벌 결제 수단만 제공해도 외국인 고객들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최근 필자가 운영하는 서울 패스를 통해 보령 머드축제 당일 버스투어 상품을 판매 한 경험이 있다. 내국인에게 상품을 제공하던 여행사와의 제휴를 통해 진행했는데 특별한 홍보활동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객이 돼 신기했다. 나중에 상황을 확인해 보니 대부분의 고객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었다. 상품을 설명하기 위한 외국어 서비스나 해외 결제 지원 등 작은 시스템 구축만으로도 외국인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의 국내 여행 뿐 아니라 국내 출발 해외여행까지 그들을 우리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의 발달은 내가 거주하는 지역과 국가를 넘어 전 세계의 사람들을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다국적 마켓을 창조했다. 고객을 보는 시선을 조금만 달리해도 포화 상태에 달한 현 여행시장과는 다른 세상이 열린다. 180만 명에 달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이 편하고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이 또한 글로벌 서비스라 불릴 수 있지 않을까?
 
 
who?
대학에서 관광경영학을 전공하고 관광청 인턴을 시작으로 여행업계에 진출했다. 현재는 여행 스타트업체를 운영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 아닌 방황 중이다. 아직은 배워야 할게 많고 미처 알지 못하는 세상이 너무 많음에 감사하며 배고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서울 트래블 패스
외국인 여행자들이 서울, 경기 지역에 위치한 다양한 관광지를 할인된 가격에 쉽고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도록 돕는 신개념 관광패스 서비스이다. 서비스는 웹사이트 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http://www.seoultravelpa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