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3호]2015-08-21 16:36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이예슬 - 취재부 기자



“‘빨리빨리’ 문화가 만든 여행 중 폐해”
 
 
지난 7월 출장으로 괌을 찾았다. 3번의 출장 경험 중 첫 담당지역인지라 설렘 또한 타 출장과는 달랐다. 기대만큼이나 큰 만족감을 준 괌. 쇼핑, 음식, 현지인들 모두 기자의 예상만큼이나 퍼펙트였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딱 한 가지 존재했다. 바로 비행시간이다. 가족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노선인 만큼 비행기에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여행객들이 대다수였다. 비행시간 중 칭얼대는 어린아이나 의자를 발로 차는 것은 기본, 좁은 통로를 돌아다니며 정신을 사납게 했다. 어린아이니까 그러려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불편함을 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지 않거나 그대로 방치하는 부모들의 태도는 더욱 화가 나게 만든다.

이런 불편사항은 한 두 번이 아니니 그렇다고 치자. 비행기가 괌에 막 착륙하자마자 기자는 창피함에 얼굴을 들기가 싫었다. 착륙과 동시에 안전벨트의 등이 꺼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이 서둘러 내리기 위해 일어서서 짐을 꺼내고 줄을 서는 것이다. 출장경험 중 사람들이 정말 미리 일어서기로 약속했던 것처럼 일제히 일어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착륙 후 공항 입구까지 비행기로 이동하는 고작 몇 분 동안에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승무원의 주의사항은 가뿐하게 무시한 채 개인적인 행동을 하던 것. 기자는 좌석에 앉아 서둘러 내리기만을 기다리며 승무원의 똑같은 주의사항을 다섯 번은 훨씬 넘게 들은 것 같다.

이후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괌은 입국 수속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첫 방문객들이 블로그나 지인의 경험담을 듣고 서둘러 수속을 마치기 위해 그렇게 분주했다고 한다.

여행객들의 설레는 마음도, 공항수속이 오래 걸린다는 말에 걱정이 됐을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행동할 것이 아니라 승무원의 안내를 따르는 것이 상황을 지켜보는 어린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좋은 선택이지 않았을까.

승무원이 가장 회피하고 싶은 노선이 인천-괌 구간이란다. 100% 이해가 가는 말이다. 비행기에서 하차하는 동안에도 연일 웃음을 짓고 즐거운 여행을 하라며 인사를 건네는 승무원들의 얼굴이 그야말로 웃픈 표정이었다. 인사를 하는 기자 또한 괜스레 미안함을 느꼈다.

한국의 ‘빨리빨리’문화에 이미 적응돼 모든 일을 서두르기 보다는 여유를 갖고 타인도 배려하는 마음자세 또한 여행에 있어서 필요한 매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