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99호]2015-07-17 10:36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강다영 - 취재부 기자
“업무집중기간 끝나면 휴가집중기간 주나요?”
 
 
 
아무리 성비수기가 모호해졌다고 해도 매년 여름이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여행업계는 휴가객들을 향한 한철장사에 돌입한다. 한철장사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여행업계는 여름휴가가 몰리는 7,8월 단 두 달간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해 평소보다 높은 강도의 업무를 유지한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이 시기를 이른 바 ‘업무집중기간’으로 설정하고 공식적(?)으로 빠른 출근, 늦은 야근을 강요한다. 여기서 ‘강요’라는 단어가 부적절하다고 느낄 일부도 있을 것이다.
‘다 같이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얻으면 그게 다 직원들한테 돌아갈 텐데 그것이 강요라니.’

기자가 경영자의 입장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한 번도 그의 입장이 돼 보지 않았으니 되도 않는 객관적 생각은 접어 두고 철저히 근로자의 입장에서 요즘 세태를 바라보면 여행사 직원들이 불쌍하기 그지없다. 직업 특성상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다양한 직급을 만나는데 사실 완전한 경영자의 위치 또는 임원직에 있지 않는 이상 여름성수기 업무 강도에 대한 생각은 다들 비슷하다. 보상 없는 고생에 기운이 빠진다는 것. 물론 개중에는 넉넉한 인센티브로 ‘고생할 만하네!’하는 곳도 있다. 문제는 이런 곳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점점 빨라지는 양극화 현상에 무섭게 치고 들어오는 해외 OTA. 여기에 매년 폭발적으로 치솟는 목표율까지, 성수기 직원들의 부담을 어찌 글로 다 풀어낼 수 있을까.
자신들이 몸담은 회사가, 시장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이 악물고 버텨내는 직원들이 어쩔 땐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들은 전화 한 통에 목을 매고 밥 먹을 시간까지 줄여가며 두 달간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업무에 집중한다.

두 달 간의 성수기가 끝나면 잠깐의 소강상태 이후 곧바로 시작되는 추석연휴 업무집중기간, 비수기가 시작되면 보릿고개 탈출을 위한 업무집중기간. 끝없이 이어지는 압박. 회사 인트라넷에 팝업창으로 ‘업무집중’을 홍보하고 두 달 간의 업무집중 캠페인을 벌이는 동안 소모된 업무능력을 복구할 시간은 있었는지 묻고 싶다. 회사로부터 쓸모 있음을 인정받아 입사한 그들이 쓸모없어질 때까지 쓰임을 당하는 것에 불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이 헤지는 게 아까워 조심히 신은 기억이 있다면 단 일주일만이라도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줬으면 한다.

월급 좋고, 복지 빵빵한 회사라면 그 누구도 나가고 싶지 않을 테고 이 꿀을 빨기 위해 직원들은 알아서 더 잘할 것이다. 인재 역시 알아서 굴러 들어올 것이다. 언젠간 이런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