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53호]2014-07-18 11:08

[Best Traveler(125)] 권병전 - 한국관광공사 국외여행서비스센터 센터장


“선진 여행시장으로 가는 출발선에 서있다”

 


 

소비자 불신 극에 달한 여행업계 도약 위한 계기 될 것

적절한 가격으로 완성형 상품 구매하는 풍토 조성돼야



한국관광공사 일본 팀에서 오랜 시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권병전 한국관광공사 국외여행서비스 센터장은 팀을 옮기기 오래 전부터 여행사 패키지 상품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소비자 입장으로서 느끼는 패키지의 장단점도 알고 여행업계 종사자라로써 여행사의 사정도 익히 알았기 때문.

그는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 제도’ 도입을 위해 꽤 많은 시간을 여행사 및 부처 관계자들과 함께하며 회의를 거듭해 왔다고 토로했다. 단시간에 내놓은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나 홍보가 아니라 소비자는 물론 여행업계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가장 좋은 진통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지난 16일 오전 권병전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一問一答) .

 

취재협조 및 문의=한국관광공사 국외여행서비스센터(02-728-7842)

글·사진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국외여행상품 정보제공 표준안 제도’의 시행 배경과 취지가 궁금하다.
 

▲한국여행시장의 발전과 함께 선진화된 여행문화를 도입 및 정착하기 위함이다. 첫 출발은 여행사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개선하고 국내 여행사들이 좀 더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본 제도를 준비하기 오래 전부터 관광업계에서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던 문제가 지나친 저가 상품 출시와 출혈 경쟁이었다. 한국여행업협회(회장 양무승 KATA)등 관광 대표 단체는 물론 국내 주요 여행사들도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답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해 1천4백만명에 달하는 국민이 해외로 여행을 가고 1천만명이 넘는 외래객들이 방한하는 나라가 그리 많지는 않다. 관광산업은 잠재 가능성이 높고 차후 우리나라를 이끌 미래 산업인 만큼 이제 단순히 볼륨을 넓히는 것보다 질적인 성장이 필요하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했다.

 

-현장에서는 본 제도에 대해 아직도 정확한 내용 파악이 어렵다는 의견들이 많다.
중소형 여행사들은 대부분 표준안을 시행한 12개 여행사의 상황을 우선 살핀 뒤 차후 따라가겠다는 입장이더라.

 

▲표준안에 참여한 12개 여행사들이 현 아웃바운드 여행시장에서 70~8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먼저 시작한 것이고 참여 여행사는 확대할 수 있도록 현재도 작업 중이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12개 여행사 외 전문사나 다른 중견사들의 제도 도입은 아직 권고 수준인 것이 맞다.

국토교통부의 유류할증료 총액 표시와 달리 법적인 제제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고 시장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들이 정확한 상품 가격과 옵션 정보로 승부하는데 작은 여행사들이 동일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웹사이트나 광고에 게재되는 상품 가격이 대형사 보다 낮아서 순간적으로 모객을 끌어올릴 수는 있겠지만 실제 상품을 이용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후기가 이어진다면 결국 해당 여행사는 다시 선택을 받을 수가 없다. 많은 중견사들이 표준안 제도에 동참했으면 한다. 공사 입장에서는 이를 위한 교육과 설명회 등도 수시로 개최하고 모니터링도 강화할 것이다.


- 패키지 여행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왜 높다고 보는가?
 

▲기본적으로 여행상품은 눈에 보이지가 않는다. 실체가 없다는 거지. 돈을 먼저 내고 기다렸다가 현지에 가서야 확인할 수 있다. 패키지는 완성형 상품이고 무엇보다 소비자 편의 향상을 위해 기획됐다. 개별여행이 좋다고 하지만 여행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일일이 선택하고 손수 준비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소비자가 패키지를 선택할 때는 그런 불편함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모든 것이 갖춰졌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데 막상 현지에 가서 돈쓸 일이 더 많아지면 당연히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보다 여행시장이 선진화 됐다는 일본만 해도 상품 구매 전에 꼼꼼한 상담이 기본이고 현지에서 추가로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한 설명과 확인 여부가 상당히 구체적이다.
 

여행시장이 대중화 되면서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여행상품 가격이 무조건 저렴하다고 볼 수는 없다. 유럽 패키지는 3백만원 중반까지 가격이 치솟고 크루즈는 4백만원 수준 아닌가? 이는 경차를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말 큰돈을 내고 즐기려고 가는데 현지에 도착해서 계속 돈을 내라 하고 한국에서 계약했던 내용과 일정이 다르게 진행되고 가이드는 은근히 쇼핑을 하라고 압박한다. 여기에 식사까지 부실하다면 제 아무리 신인들 화가 안날까?(웃음)
 

2000년대 후반 들어 국외여행사들의 가장 큰 화두가 개별여행객의 증가와 고객 이탈이다. 많은 언론과 방송에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진정한 여행을 즐긴다는 명분 아래 소비자들이 직접 항공권과 호텔을 구매하고 일정을 계획하는 개별여행을 선호한다는 것인데 나는 근본적으로 패키지에 실망하고 여행사를 믿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본다.

 

-상품 수정 중 필수옵션과 대체일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여행사 직원들이 특히 힘들었다고 하더라.
모든 제도가 너무 소비자에만 맞춰진 것 아닌가?

 

▲우리 쪽 직원들이 아직도 상품 일정 모니터링하고 담당자들과 논의 하는데 서로 쉽지 않은 일이다.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절대 소비자 한 쪽을 위한 결정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한 해 여행사나 여행업계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1만건에 달한다.

이처럼 상품 가격이나 서비스 포함 여행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계속 늘어날 경우 오히려 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여행업계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 그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어떻게 소비자만 생각하겠나. 우리도 무교동(여행업계에 속한) 사람이다. (웃음)
 

기존 상품에서 필수옵션은 수정이 필요하다. 중국 같은 경우 산을 올라간다고 치면 케이블카를 당연히 타야하지 않나? 일행 중 반은 케이블카를 타고 반은 걸어올라간다 치면 그 팀이 제대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까?

결국 현장에 가서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아는데 기존 일정은 마치 소비자 선택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여행 상 현지에서 꼭 진행돼야 하는 일정이나 탑승이 필요한 교통시설 이라면 정확히 표기하고 가격을 첨부해야지 필수옵션이라는 말 자체가 논리에 안 맞다.

대체일정 개발도 같은 맥락이다. 스팟이나 호텔이 근교에 있는 동남아시아 등은 그나마 덜한데 이동 거리가 넓은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아직 혼란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과거처럼 현지에서 옵션을 하지 않으면 차에 있거나 그냥 기다리라고 하는 그릇된 관행은 상당히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패키지 팀을 관리하는 현지 랜드사의 사정을 너무 모른다는 불만도 있다.
일부 여행사들은 이번 제도를 도입하면서 오히려 현지를 더 압박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가이드나 기사 팁 문제도 그렇지만 현 여행시장이 갖고 있는 극명한 문제가 그 부분이다. 서로 마진 없는 특가 상품으로 싸우다 보니 모객 후 모든 책임을 현지에 돌리는 것. 모객 능력이 없는 현지 랜드사들은 우선 팀을 받아야 존립이 되니까 쇼핑과 옵션으로 손실된 부분을 메우려고 한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 너무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 제도가 시행되는 것이다.
 

불건전 여행사들은 가이드나 기사에게 제공되는 팁을 손님에게 받아서 무조건 여행사로 다시 입금하라고 엄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그럼 소비자는 뭐가 되나? 상품을 구매할 때 분명히 가이드 팁을 넣었는데 현지에 가서 또 가이드 팁을 걷어 줘야 하는 거다. 가이드 입장에서는 받은 게 없는데 억울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두 번 돈이 나가니까 억울하고.
 

여행 가이드가 얼마나 좋고 훌륭한 직업인가? 우리가 잘 모르는 현지 역사나 문화를 해박하게 설명해주고 손님과 즐겁게 소통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손님을 봐도 손님이 아니라 얼마를 남길까, 어디를 데려가야 하나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씁쓸할 따름이다.

 

-끝으로 표준안 제도 시행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현실적으로 여행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시장에서 더 큰 도약을 위한 돌파구이자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지난 몇 년 사이 여행사와 여행업계에 대한 소비자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통해 쇄신하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여행사와 소비자 간 멀어진 거리를 조금이나마 좁히고 여행사가 운영하는 좋은 상품을 적절한 가격으로 구매하는 선진 여행시장의 풍토를 도입할 것이다. 초기에는 높아진 상품가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행사도 새로운 방식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것에 불편을 느끼는 등 진통이 있겠지만 후에 제도가 안 정적으로 정착된다면 우리 여행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