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48호]2014-06-13 13:54

‘출첵(출석체크) 했어?’부끄러운 코트파

매끄럽지 못한 행사 운영 소비자 외면 받아

경품 노린 노년층과 관광 관련 학생들 잔치

 

‘과대한테 가서 사인하고 오래’, ‘교수님이 들어가 앉아있으랬어!’

2014 한국국제관광전(The 29th Korea World Travel Fair, KOTFA) 이 매끄럽지 못한 행사 운영과 타깃 설정 실패로 올해도 어김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29년이라는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국내 대표 관광박람회라는 수식어를 차지하고 있는 코트파가 과연 명성만큼의 실력을 자랑하는지 의문이다.

올해 코트파는 지난달 29일부터 나흘간 서울 코엑스 1층에서 개최됐다. <관련기사 8면>

코트파 조직위 측에 따르면 국내외 57개국 500여 개 업체 및 기관이 부스 형태로 참가하고 행사 기간 방문한 관람객은 약 12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취재 결과 행사에 참가한 대부분의 관계자는 “코트파 참가는 해외 본사에 보고하기 위한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기대치 않는다고 답했다. 참가를 위한 부스 임대비는 매년 인상되는 탓에 지출에 무리가 있지만 그나마 관계유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참가라는 하소연도 많았다.

관계자들이 제기하는 코트파의 불만은 기본적으로 불분명한 타깃 설정과 박람회 본연의 기능을 잃고 있는 마구잡이식 행사 운영이다.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전시/홍보 행사로 통합하거나 아예 여행업계 관계자를 위한 B2B로 진행돼야 하는데 무리하게 B2B2C를 좇는 탓에 이도저도 아닌 행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나흘간의 일정 중 해외관광설명회와 트래블마트, 관광포럼 등이 코엑스 세미나실에서 별도로 진행됐지만 현장 참가자들의 참여는 극히 낮았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계자들에게 망신을 당했다는 불만들도 심심찮게 제기됐다.

특히 해외관광 설명회의 경우 예정돼 있던 참가자 대신 급하게 새로운 업체를 수소문해 투입하거나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설명을 들으려는 청중이 부족해 급하게 관광 전공 학생들을 행사장에 투입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벌어졌다.

트래블마트는 아예 빈 방에 의자 몇 개와 현수막을 걸어놓은 것이 다였다. 그나마 삼삼오오 모여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한국 측 관계자였으며 취재를 문의하자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고 상황을 피하기 일쑤였다. 주최 측은 B2B 부대행사로 개최된 ‘관광상담회’에 45개 기관이 참가해 50여 회의 상담을 기록했다고 실적을 발표했지만 현장 상황과 참가자들의 목소리는 분명히 이와 달랐다.

경품을 위해 부스를 찾아 줄서는 노인들과 관광 전공 학생들이 수업 대신 방문해 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코트파가 언제까지 ‘관계’만을 앞세워 행사를 운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