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48호]2014-06-13 13:22

TV는 여행 중 관련 프로그램 방영 봇물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까지 진출 무대 넓어

단순 여행기 보다 ‘여행+알파’로 접근해야


여행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속속 제작되고 있다. 여행업계의 현실적인 지원과 제작 참여가 기대된다.
사진은 홍콩관광청이 후원한 <마스터쉐프 코리아 시즌3> 포스터. 마쉐코는 프로그램 주제와 홍콩의 매력을 잘 부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보상자가 여행과 끈적끈적한 사랑에 빠졌다.’

최근 여행 관련 프로그램 제작이 방송가를 흔들고 있다. 방송국이 여행업계의 협찬을 통해 여행기를 내보내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아침 교양 프로그램의 가족여행기를 메인으로 하는 구태의연한 형식이 아니라 방송국(혹은 외주제작사) 스스로 ‘여행+알파’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근래 방영되는 프로그램들은 처음부터 소재 자체를 의도적으로 여행과 결합할 수 있는 주제로 기획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그것과 차별화 된다.

MBC를 통해 매주 월요일 오후 6시20분에 방영되는 <여행남녀>는 동일한 여행지를 남녀가 상반된 시선으로 풀어내는 여행기로 잔잔한 반응을 얻고 있다. 성별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여행을 즐기는 것이 핵심. 지난 2일 방송된 ‘여행남녀’편은 이탈리아 최대의 섬 시칠리아 여행에 나선 김보성과 예지원의 모습을 그렸는데 방송 이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맛과 멋의 도시로 유명한 홍콩의 매력을 요리 서바이벌과 결합한 <마스터쉐프 코리아 시즌3> 편 역시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 프로그램 자체가 최고의 요리사를 뽑는 서바이벌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레스토랑과 맛 집들이 즐비한 홍콩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부합된다. 대회 참가자들 및 심사단은 홍콩 현지 촬영을 통해 코즈웨이 부근에서의 경합, 딤섬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한 식재료 맞추기, 홍콩의 거리음식, 미슐랭 별점 레스토랑, 유명 쉐프까지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프로그램 안에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XTM에서 시즌제로 방영 중인 <탑기어>는 여행이 아니라 자동차를 테마로 남성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출연자가 자동차를 타고 해외 각 지역을 직접 달린다는 콘셉트로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알려져 지난 상반기 주요 관광청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처럼 주요 방송 3사와 케이블까지 합하면 현재 여행 소재 프로그램들은 어림잡아 수십개에 달한다.

해외여행시장이 활성화 되고 여행이 영화나 연극 관람처럼 일상에서 가까운 취미 생활이자 문화로 성장하면서 이를 소비하는 고객들의 욕구 역시 나날이 세분화 되고 있다. 이에 관광청이나 항공사 혹은 호텔리조트의 협찬을 받은 여행프로그램은 똑똑한 소비자들에 의해 금세 정체가 탄로 나기 마련이다. 실제 <아빠어디가> 뉴질랜드 편 방영 당시 인터넷 기사의 댓글 중 상당수가 뉴질랜드 관광청의 협찬 여부를 제기했다는 점은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다.

A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단체로 여행을 가거나 유명관광지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는 포맷이 신선했지만 누구나 다 여행을 가고 즐기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단순 여행기로는 시청자들을 붙잡을 수가 없다. 채널 증가와 모바일 및 인터넷 등을 통한 프로그램 시청 등 방송 환경 변화에 따라 방송국 입장에서도 프로그램 제작과 후원에 심사숙고를 기울이고 있다. 여행업계가 방송국의 횡포나 지나친 요구에 대해 불평하는 대신 방송국의 변화에 발맞춰 똑똑한 지원과 똑똑한 기획으로 함께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