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43호]2014-04-25 14:32

세월호 참사 여행업계 개점휴업(開店休業)으로 몰아

끝없는 충격과 애도 이어져, 국민 트라우마 길어질 듯

광고 중단하고 불필요한 행사 취소, 지방 축제도 문 닫아

KATA “수학여행 포함 국내여행 약 11만 명 취소” 추산

 

세월호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가 쉽사리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가운데 여행 및 관광 그리고 유통업 등 관련 산업도 동반 침체에 빠졌다. 개

점휴업(開店休業) 상태에 돌입한 것이다.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스레 화려한 광고나 마케팅을 제한할 수 밖에 없게 됨에 따라 매출 감소 등 업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지갑 닫히고 불안 심리 팽배”

사회 전체의 무기력증과 우울증은 곧장 경기침체 및 소비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간간히 열리던 지갑이 닫힌 셈이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고인을 위로하려는 자숙의 분위기가 커지면서 국민들의 대외활동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여행은 말할 것도 없지만 외식이나 쇼핑, 공연 및 극장 관람은 물론 음악을 듣는 것조차 사치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유통업체들의 매출 감소 역시 현실화됐다. CJ오쇼핑은 지난 주말 매출이 전주에 비해 20% 감소했으며 이마트와 대형마트 매출도 사고 직후부터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극, 영화, 뮤지컬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활기를 잃었다.

방송사들은 알아서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음악 방송을 편성하지 않고 있으며 공무원 연수나 장관 회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한 잡지는 본인들의 섹슈얼한 콘셉트가 시국과 맞지 않는다며 5월호 발행을 취소했다.

주요 지자체에서 봄을 맞아 기획했던 축제들은 일괄적으로 취소됐고 단체들이 주관하는 춘계 등산 대회나 체육대회, 계모임 등 크고 작은 행사는 대부분 연기돼 시내 특급 호텔과 음식점들이 텅텅 비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가벼운 외부 나들이조차 ‘죄 짓는 것 같다’는 것이 국민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도 알아서 화려한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포기하고 있다. 광고 집행을 자제하고 소비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홍보 문구나 사람들이 모이는 이벤트는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A관광청의 경우 지면 광고에 사용되는 메인 컷이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다는 이유로 광고 집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수학여행 폐지론까지, 국내 여행 취소 잇따라”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처음 시도되는 관광 주간(5.1~11), 황금연휴(5.2~6), 일본 골든위크와 중국 노동절 등 그전까지 호재로 여겨졌던 모든 테마와 이벤트들이 올 스톱(All STOP) 됐다.

여행사마다 속출하는 단체관광 취소에 고민이 깊지만 특별한 대책이나 전략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불황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취재 결과 선박을 이용한 국내 섬 상품, 이를 테면 울릉도, 홍도, 제주도 등은 대부분 출발 자체가 보류됐고 위에도 언급한 전세 버스 대절 그룹 여행이나 소모임은 팀 형성 자체가 힘들다는 반응이다.

아웃바운드를 위주로 하는 패키지사 역시 포털을 통한 키워드 광고에 <선박>, <크루즈> 등 연관단어는 삭제하고 눈치를 보는 등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B2B적으로는 대형 팸투어나 판촉 활동, 세일즈 콘테스트 등 여행사 관계자들이 참가 하는 행사는 대부분 하반기로 연기됐다.

한국여행업협회(KATA·회장 양무승)가 사고 발생 직후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국내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여행관련 취소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확실해 진다.

KATA 관계자는 “잠정적이긴 하지만 수학여행을 포함해 국내만 약 11만 명의 인원이 여행을 취소했다. 아웃바운드는 약 4천8백 명, 인바운드는 약 1천4백 명이 취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쉽게 말하면 단체여행의 50% 정도가 여행을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학여행 및 교육여행을 전담하는 국내 여행사들의 영업은 그야말로 빨간 등이 켜졌다. 각 시도 교육청이 관할 학교에 상반기 수학여행 취소를 지시하면서 수학여행을 계획했던 많은 학교에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는 것.

한국관광협회중앙회(회장 남상만)는 상황이 심각해지자 ‘취소수수료’ 등의 문제에 대해 업계가 탄력적으로 대처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전에 일정이 잡혀 있다 해도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수학여행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4월 마지막 주 들어서는 아예 수학여행 폐지가 공론화 되는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학여행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닌데 정부가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쓴 소리를 하면서도 목소리를 낮췄다.

 

“후유증 한 달 이상 장기화 될 것”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5, 6월 여행상품 예약자 가운데 동남아나 중국, 일본 등 단거리 상품을 취소한 고객들은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취소 고객들을 모두 세월호 여파로 결부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치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특히 피해가 더 심각한 인바운드 업계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관광주간 신설에 힘입어 할인 혜택을 마련하고 축제를 기획했던 관광지들로서는 투자 대비 수익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아쉬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A관광청 대표는 “이 시국에 해외로 여행을 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이 과연 옳은지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많이 알리고 많이 소개하는 것이 관광청 업무인데 솔직히 지난 한 주간은 손놓고 TV만 보고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얼마나 장기화 될 것 같냐는 질문에 B여행사 마케팅 부장은 “광고 재개와 이벤트 실시 등 5월 이후의 상황은 솔직히 예측이 불가능 하다. 길면 한 달 넘게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다. 다들 자숙하는 분위기다. 여행이라는 것이 오락과 결합되지 않나? 시간이 흐른다 해도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6월 월드컵 전에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조속히 시장이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