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493호]2007-01-19 16:13

[유인태] 크루즈인터내셔널 사장
끝없이 넓은 푸른 바다에서의 완벽한 자유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필자는 사춘기가 다 지난 시기까지도 도시 문화와는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덕분에 생존의 법칙이 경쟁을 통한 승리(?)보다는 돕고 순응하며 때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것이라는 자연의 법칙을 어렴풋이 감지할 수 있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농사란 욕심으로 되는 것이 아니요, 파종할 시기와 추수할 시기를 잘 파악하여 너무 늦지도 혹은 빠르지도 않게 집중해야 하니 그 때를 벗어나면 하늘을 탓하기도 참으로 민망한 일이니 말이다. 내가 바다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수학여행코스로 동해안 일주를 할 때였다. 강릉에서 포항까지 내려오는 비포장도로에서 직접 보게 된 아름다운 풍경과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장관이다. 사춘기 소년이 처음 접하는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크고 푸르게 넘실대는 끝없는 수평선은 이후로도 가슴 설레이는 상상의 세계로 나를 인도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러한 바다가 또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현장이며, 아버지의 농장과 똑같은 일터인 것을 깨달은 것은 한참 뒤였다. 지금은 그런 바다를 배경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행운에 크게 감사하며, 더구나 일 자체가 휴가고 휴가가 일이 될 수 있으니 조금 과장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중 하나다. 흔히 필자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대다수가 크루즈란 호화로운 파티와 최고급의 다양한 식사, 거대함 등을 먼저 연상하곤 한다. 사실 크루즈는 수천명에 이르는 인원이 동시에 먹고, 자고, 즐기려니 규모나 시설로 보면 가히 한국의 여느 특급호텔보다 크고 웅장하다. 하지만 나는 크루즈 여행을 단순한 호화여행이 아닌 자연 속에서 가족과 함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면서 으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크루즈를 권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게 자연 속에 묻혀 일탈의 즐거움과 해방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상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유는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을 선물하고 그 사랑으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가? 이렇듯 크루즈가 내게 주는 상상력은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에서의 완벽한 자유다. 어렵게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따로 계획할 필요도 없이 바다에 나를 맡겨 버리고 소금기 서린 햇살 아래서 나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그 옛날 아름다운 환상으로 나와 만났던 바다는 지금 내 삶의 밑천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선물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다시금 농부의 겸허함으로 나를 돌아 보게 된다. intae@cruise.co.kr